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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은퇴기자회견 “여러분, 고맙고 사랑합니다”

노 타이에 흰색 드레스 셔츠. 검은색 양복 상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듯 눈이 부어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문을 읽는 이종범(42)의 등에 더이상 ‘7번’은 없었다.

이종범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 돌아올 수 있도록 자신을 잘 만들겠다”고 말한 뒤 엎드려서 큰 절을 올렸다. ‘선수’ 이종범의 마지막 한 마디는 “여러분, 고맙고 사랑합니다”였다.

1979년 3월, 초등학교 3학년때 시작한 이종범의 야구는 33년을 지나 2012년 마무리됐다. 타이거즈의 심장이었다. 이종범은 “타이거즈에 들어오고 싶어서 야구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해태 유니폼을 입었을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게 됐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결정이었지만 준비된 결정이었다. 이종범은 “어디까지나 저의 선택”이라며 “2008시즌 구단으로부터 은퇴 얘기를 듣고 하루도 ‘은퇴’라는 단어를 잊고 산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종범은 “이후로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옷을 벗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은퇴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의 얘기를 꺼내다 눈물을 보이고 있다. 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야구를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도 강조했다. 이종범은 “배운게 야구밖에 없다. 사업같은 거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KIA를 떠나 “보다 넓은 세상을 보며 사람의 마음을 배워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은퇴식은 4월말, 5월초로 예정됐다. 은퇴경기는 팀 성적을 위해 고사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은퇴기자회견에서 은퇴사를 읽고 있다. 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이종범은 이제 ‘선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버지’로 돌아간다. 이종범은 “선수 생활 막바지 가장 큰 힘이 됐던 건 주변의 아버지들이었다. 나이 먹고도 계속 뛰는 저를 보며 손을 꼭 잡아 주신 아버지들로부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제 이종범은 그동안 소홀했던 아들 정후(14), 딸 가연(13)의 아버지 역할을 한다. 이종범은 “저는 행복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집사람, 아들, 딸이 있었기 때문에…”라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첫 눈물, 그리고 선수 이종범의 마지막 눈물.

이종범은 “크지 않은 체구로 야구 잘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종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의, 작별의 큰 절을 올렸다. 1706경기. 1797안타. 194홈런. 510도루. 2할9푼7리.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은퇴기자회견을 마치고 그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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