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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로 연기자 변신 서인국 “당장 주연은 싫다. 바닥부터 배우겠다”

서인국(25)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출신의 가수로 대중에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 그는 잠재된 또 다른 가능성에 눈을 떴다. 바로 지난해 뮤지컬 <광화문 연가>로부터 시작된 연기다. 지난달부터 방송된 KBS2 월화극 <사랑비>(극본 오수연, 연출 윤석호)에서 서인국은 극 초반 70년대를 다룬 4부 동안 주인공 인하(장근석)의 절친한 친구 김창모를 연기했다. 첫 드라마 도전이었지만 서인국은 코믹하면서도 의리있는 창모를 잘 구현했다. <사랑비>를 마치고 12일 앨범발매와 동시에 가수로 돌아온 서인국을 만났다.

서인국의 연기욕심은 대학시절부터 있었다.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던 그는 연기를 배우고 싶어 방송연예학과를 택했다. <사랑비>에서도 처음부터 김창모 역을 목표로 착실하게 오디션을 준비했다.

서인국

“대사를 읽는 것보다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신경썼어요. 창모는 시골 ‘깡촌’에서 올라온 학생으로 설정됐더라고요. 제가 울산 출신이라 감독님께 ‘경상도 사투리를 써보겠습니다’라고 했죠. 굉장히 흡족해하셨어요.”

공교롭게도 <사랑비> 초반의 통키타그룹 ‘세라비’의 세 멤버 장근석, 김시후, 서인국은 모두 86년생 동갑내기다. 거기다 한 살 많은 백혜정 역의 손은서, 세 살 많은 황인숙 역의 황보라까지, 또래들이 많은 촬영현장이라 적응이 훨씬 수월했다.

“근석이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연기가 잘 안 풀릴때마다 ‘내가 창모라면 이렇게 할 거 같아’라며 해결책을 던져주곤 했어요. 첫 만남부터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미팅이 끝나고 다같이 와인 한 잔을 하면서 셔플댄스를 추고 놀았다니까요.(웃음)”

그는 최근 미니앨범 <퍼펙트 핏(Perfect Fit)>을 들고 돌아왔다. 타이틀곡은 ‘밀고당겨줘’.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가 작사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뮤직비디오에는 <사랑비>에서 짝사랑하던 상대 손은서를 다시 만났다.

“너무 급하거나 따분한 사랑을 하지 말고 적당히 밀고 당기며 연애를 즐기자는 내용이에요. 팝 알앤비 장르로 제가 딱 하고 싶었던 음악이죠. 은서누나한테 ‘내가 누나를 뮤직비디오 상대역으로 추천했다’고 말하니까 ‘드디어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역을 하는 거냐’며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슈퍼스타K> 첫 시즌 우승자인 그는 최근 허각, 버스커버스커 등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의 약진에 기쁜 모습을 보였다. “다 자신만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단지 <슈퍼스타K>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내 음악의 매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서인국은 <사랑비>에서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단숨에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으쓱한 마음에 덥석 주연을 승낙할 것 같기도 하지만 서인국의 의지는 확고했다.

“솔직히 한 번 연기를 하고나니 다음 작품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두렵기도 해요. 멋있는 역할과 연기도 참 좋죠. 하지만 전 생활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일 재밌게 본 영화가 최민식·류승범 선배님의 작품인 <주먹이 운다>예요.”

서인국은 한참이나 <주먹이 운다>이야기를 했다. 영화 때문에 가장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도 나문희(71)를 꼽았다. <주먹이 운다>에서 류승범이 보여줬던 불량한 느낌의 연기에 욕심을 냈다. “바닥부터 쭉 배워서 연기자로서 성장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일단 올해 출발은 좋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서인국의 행로에 분수령이 될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그는 자세는 한껏 낮춘 반면, 시선은 한껏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연기 신인의 자세로 이보다 듬직한 모습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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