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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 넘어 무한하게 확장되는 ‘키넥트’

특정 분야의 신기술이나 제품이 다른 분야의 변화와 발전을 촉진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래 고혈압·협심증 치료 약물로 개발됐지만 인류의 성생활 및 관련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온 비아그라가 대표적 사례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IT분야에서는 이같은 경우가 더욱 빈번하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연관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동작인식게임기 ‘키넥트’는 최근 다양한 활용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 중 하나다.

키넥트는 색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깊이측정기, 거리 측정용 적외선 센서, 소리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마이크 등이 장착돼 있어 다른 보조장비 없이도 사용자의 얼굴과 동작,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장비다. 당초 ‘맨몸으로 즐기는 게임기’로 개발됐지만 이제는 게임기를 넘어 동작인식 분야의 지평을 넓혀줄 개발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싼 가격이 미덕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동작인식 장비에 부담을 느껴왔던 개발자들이 대안으로 20만 원이 채 안되는 키넥트를 주시하고 있어 관련분야의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한 여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시늉을 한다. 물론 그녀의 손에는 바이올린이 없다. 하지만 반대편 화면속의 캐릭터는 그녀의 손동작에 따라 멋지게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현을 쥐는 손동작도 실제처럼 자연스럽고 소리도 실제 연주 그대로다. 초보자나 입문자의 경우 비싼 악기 없이도 얼마든지 연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무실의 회의 모습도 달라진다. 팔을 오른쪽으로 저으면 슬라이드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왼쪽으로 저으면 이전 슬라이드로 이동할 수 있어, 별도의 포인터 없이 프리젠테이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능을 교육현장으로 확장하면 더욱 놀라운 세상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우주에 대한 수업시간을 가정해 보자. 키넥트를 이용하면 교실의 천장이 바로 과학관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의 천체투영관이 된다. 물론 천장에 펼쳐진 우주는 교사나 학생들의 동작에 의해 얼마든지 확대, 축소가 가능하고 회전도 된다. 이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MS개발자 컨퍼런스에서 MS의 연구원은 전세계적 망원경 프로젝트에 의해 찍힌 사진을 이용하여 손을 흔들었고, 그것으로 토성의 고리부터 은하수까지 화면을 확대, 축소했다. 그리고 난 뒤 행성의 표면에 있는 미래의 일식을 시각화하여 클로즈업하기도 했다.

오리건주립대학교 학생들은 몸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모형 비행 물체를 만들었다. 또 사람의 조정 없이도 카메라를 통해 주변 풍경을 보고, 장애물을 피해 비행을 하는 모형 헬리콥터도 개발됐다. 만약 모형 헬리콥터에 적용된 기술이 실제 헬리콥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면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인운전 기술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로봇의 눈도 대신할 수 있다. 영국 워릭대 연구팀은 키넥트를 활용해 재난현장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을 찾는 인명구조용 로봇을 만들었다. 기존에 이용되던 값비싼 레이저 추적장치를 20만 원이 안되는 키넥트로 대체한 것이다.

사물의 깊이와 움직임 정보를 감지해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키넥트의 특징 덕에 장애인을 위한 활용법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응용 사례에서는, 키넥트가 부착된 헬멧을 쓴 남자가 벽에 가까워지면 그의 등에 있던 랩탑은 진동을 하고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구두로 지시를 내려준다. 사용자의 헬멧 위에 탑재된 키넥트 센서가 복도나 거리에 부착된 증강 현실(AR) 코드를 3차원으로 감지해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키넥트 의자도 있다. 사용자가 키넥트 센서를 정면으로 보고 의자에 앉아 손짓으로 의자를 조정할 수 있다. 손을 뻗어 의자를 앞으로 움직이거나, 팔을 옆으로 돌려 의자가 움직이는 방향을 지시하는 식이다. 양손의 움직임을 다르게 해 의자 등받이를 내리거나 의자 다리받침을 올리는 등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디베이션유엑스는 키넥트 기술을 활용해 마우스 없이 PC를 조작할 수 있는 솔루션 ‘키모트’를 공개했다. 수술 중인 의사가 환자의 차트나 수술관련 자료를 확인하려면 제3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접촉 없이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문서를 확인하고 엑스레이 사진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나아가 360도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나 3D 이미지 구현 기술도 이미 나와 앞으로는 PC를 조작할 것도 없이 홀로그램을 띄워 자료를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MS는 이런 개발자의 요구를 반영해 비영리 목적의 키넥트 윈도용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베타버전 SDK를 통해 개발자는 깊이 측정센서, RGB 카메라 등으로부터 추출된 미가공 상태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제스처 응용을 위해 골격 이미지를 트래킹할 수 있게 됐다.

MS 관계자는 “키넥트가 동작인식 게임기능을 넘어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키넥트 활용 사례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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