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임재범과 박진영이 듀오를 결성했다고?

재미난 일이다. 가요계에서 ‘임재범’과 ‘박진영’이 뭉친 팀이 나왔다.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그 임재범이 아니고, 박진영도 JYP 대표 박진영이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소개한 남성 듀오 ‘JJ프로젝트’ 멤버 두 명의 실명이 ‘임재범’과 ‘박진영’이다.

임재범(18)과 박진영(18)은 스스로도 객쩍었는지 깔깔 웃었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이 쓰는 이름, 본명이 맞습니다.”

가요계에서 대놓고 본명을 쓰기가 그러했던지 활동명은 살짝 비틀어 바꿨다. 임재범은 영어 약자를 따 ‘제이비’(JB), 박진영은 소속사 JYP의 수장인 박진영 프로듀서와 혼선이 예상돼 ‘2세’를 뜻하는 ‘주니어’(Jr)로 활동키로 했다. 각자의 앞 글자 ‘J’를 따라 ‘JJ프로젝트’라는 팀을 결성한 이들은 지난 21일 데뷔 앨범을 냈다.

이름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름 얘기하면 다들 ‘노래 한 번 해봐’ 이러세요. 저도 궁금해서 아버지께 왜 제 이름을 ‘임재범’으로 지었냐고 거듭 물어봤어요. 그때마다 ‘임재범이란 가수가 좋아서’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어머니도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곧잘 부르곤 하시고…. 진짜 이유를 저도 좀 알고 싶답니다.”(제이비)

“출석을 부를 때면 선생님들도 꼭 저를 한번 더 보세요. 박 PD님(박진영 프로듀서)은 저를 처음 본 날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이름을 가졌으니 열심히 해보라’고 그러더군요.”(주니어)

가요계에 남성 듀오가 나온 건 매우 오랜만이다. 돌이켜보면 JYP엔터테인먼트가 꾸준히 남성 듀오 시장을 공략했다. 량현량하, 원투가 이 회사 출신이다. 이밖에 타사 출신의 클론, 플라이투더스카이가 큰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남성 듀오가 가요계에 도전장을 낸 건 ‘원투’ 이후 9년여 만의 일이다.

‘제이비’와 ‘주니어’가 남성 듀오로 뭉치게 된 건 운명 같은 일이었다.

서로 몰랐던 두 사람이 JYP엔터테인먼트에 문을 두드린 것은 2009년이었다. 공채 5기 오디션에서 경쟁자로 만났던 두 사람은 공동 1위를 했다. 박진영 프로듀서는 누가 더 낫다 할 수 없을 만큼 비등하다며 이례적으로 공동 1위로 결론 내고, 두 사람을 연습생으로 맞이했다.

범상치 않은 이름의 소유자 외에 공통 분모는 여러 개 더 있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녹록지 않은 춤 솜씨를 과시한다.

제이비는 전문 비보이를 꿈꿔왔다. 중학교 때부터 줄곧 비보이팀에 있었다. 현재 ‘리버스 크루’의 고블린, ‘드리프터즈 크루’의 니피가 모두 제이비와 춤을 함께 추던 이들이다. 주니어 역시 중학교 시절부터 각종 스트리트 댄스 학원을 다니다 JYP 오디션을 시도했다.

소속사는 두 사람을 다른 팀에 넣으려 여러 시도를 반복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주니어는 “이쪽 저쪽 팀에 호흡을 맞추려 노력했지만 결국 우리 두 사람끼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걸 우리 자신들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이비도 “이렇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애초부터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성격과 스타일은 정반대다. 제이비가 한식을 좋아한다면 주니어는 양식을 좋아한다. 춤도 제이비는 동작이 큰 걸, 주니어는 섬세한 걸 주로 춘다. 이상형도 판이하다. 제이비는 “오히려 서로 다른 뚜렷한 차이가 단단한 팀웍의 비결이 된다”며 “훨씬 안정감 있고 좋다”고 말했다.

어딘가 얼굴이 익숙하다 했더니 잠깐 연기 경력을 쌓았다. 두 사람은 모두 SBS <드림하이>에 출연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제이비는 까칠한 성격의 ‘제이비’로, 주니어는 그의 무대를 돕는 백댄서 ‘의봉’ 역으로 나왔다. 극중에서는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 났었다.

“듀오가 되면 절대로 다툴 수가 없답니다. 무대에서 바로 표가 나거든요. 연습생 시절에는 몇 번 투닥거렸지만, 팀으로 묶인 뒤에는 절대로 그러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너무 좋고요.”(주니어)

대체적으로 남성 듀오의 음악들은 경쾌하고 박력있다. 이들의 노래 역시 흥에 겹다. 랩을 서로 주고 받다가 어느새 노래와 안무를 뒤섞는다. 데뷔 음반에 수록된 타이틀곡 ‘바운스’의 경우 힙합과 록, 일렉트로닉 세 장르가 교차한다. JJ프로젝트는 독특한 노래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힙록트로니카’라는 신조어 따로 만들어 언급했다. 힙합 곡으로 가다가 100% 리얼 밴드 사운드로 바뀌는 ‘꽂혔어’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노래다. 요즘 대세인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가 피처링을 한 ‘이 노래가 끝나기 전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팝곡이다.

“하이에너지(High energy)라고 해서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대중들을 만날 겁니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려고요.”(제이비)

“PD님(박진영 프로듀서)이 인터넷에 프로필을 검색하면 우리 ‘임재범·박진영’이 먼저 나올 수 있도록 해보라세요. 어렵지만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주니어)

JJ프로젝트. 왼쪽이 ‘박진영’ 주니어, 오른쪽이 임재범 ‘제이비’.
JJ프로젝트. 왼쪽이 ‘박진영’ 주니어, 오른쪽이 임재범 ‘제이비’.
임재범 ‘제이비’
박진영 ‘주니어’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