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공정사회’로 감독 데뷔 이지승 감독

<공정사회>(가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지승 감독(42)이 연출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의 뉴욕대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한 이 감독은 <색즉시공> <청춘만화> <해운대> <통증>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영화진흥위원회 부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장편 총괄 책임 교수로 4년째 재직하고 있다. <공정사회>는 감독 데뷔작이다.

<공정사회>는 딸을 성폭행한 자를 응징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감독은 “3년쯤 전에 인터넷에 난 ‘딸 성폭행한 범인 직접 찾아낸 엄마의 40일 추적기-세상의 모든 엄마가 울었다’는 기사를 보고 만든 영화”라고 했다.

“그 엄마를 찾아가려고 했다가 그만뒀어요. 그 엄마에게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는 게 마음에 걸리고, 영화적으로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서. 그래서 국내외의 유사사건을 참조해 실제와 허구의 조화를 꾀했어요.”

딸 성폭행범을 직접 잡는 엄마 얘기 그린 영화 <공정사회>(가제)를 연출한 이지승 감독이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시나리오는 지난해 연말부터 썼다.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 드라마를 구성했다. 올해 3월 말에 완성한 뒤 장영남·마동석·배성우·황태광 등을 캐스팅했다. 아역 이재희는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장영남은 엄마, 마동석은 비리형사, 배성우는 장영남의 남편, 황태광은 범인, 이재희는 딸 역을 맡았다.

“예산을 짜보니까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더군요. 오랜 경험상 대기업 투자를 받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출연·제작진에게 러닝캐런티로 하자고 했어요. 촬영·연출 계획서를 보여주면서. 모두들 기꺼이 동참해 줬고, 덕분에 5000만 원으로 가능했죠. 배우·스태프에게 큰 빚을 졌어요. 앞으로 갚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촬영은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4일까지 했다. 이 기간 중 촬영을 한 날은 9일이다. 뉴욕대 동문인 황기석 촬영감독과 논의, 두 대의 중소형 HD 카메라로 여느 영화 3~4일 간 촬영분을 하루에 마쳤다. 낮은 물론 밤 장면도 자연광을 이용했다. 이 감독은 “영상이 다소 투박하고 거칠 수밖에 없는 점이 스릴러 장르에 더 어울린다”며 “사실주의와 더불어 표현주의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이지승 감독은 <공정사회>(가제) 각본·연출작업을 하면서 딸 성폭행을 찾아내 응징한 실제 엄마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 엄마에게 사건을 다시 상기시키는 게 마음에 걸리고 영화적으로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 국내외 유사사건을 참조해 실제와 허구의 조화를 꾀했다. 김문석 기자

“하이라이트는 엄마가 범인에게 응징하는 거에요. 경찰의 부실수사 등으로 인해 더욱 상처를 받는 피해자들을 비롯해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풀었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영화로는 가능하잖아요.”

이 감독은 태흥영화사 이태원 대표(74)의 셋째 아들이다. 태흥영화사는 <무릎과 무릎사이> <기쁜 우리 젊은 날> <아제아제 바라아제> <젊은날의 초상> <장군의 아들> <경마장 가는 길> <서편제> <화엄경> <태백산맥> <춘향뎐> <취화선> 등 38편(한국영상자료원 기준)을 제작, 1980~2000년대 한국영화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대표적인 영화사다.

“영화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극력 반대하셨어요. 아버지는 무척 힘들 거라고 하셨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의 의미를 대학에 들어가서야 알았어요. 누구의 아들이란 점 때문에 정말 힘들었거든요. 뉴욕대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해 교수를 지망하고, 귀국 후 프리랜서로 활동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현장 데뷔는 미국에서 했다. 박사과정을 앞두고 뉴욕에서 찍은 김혜수·금성무·미라 소르비노 주연 <투 타이어드 투 다이>(감독 진원석), 데이비드 맥기니스 주연 <컷 런스 딥>(감독 이재한)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다. 진·이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귀국한 뒤 태흥영화사의 <세븐틴> <세기말> <춘향뎐> 등을 거쳐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활동해 왔다.

이지승 감독은 “아버지(태흥영화사 대표)를 존경한다”고 했다. “감독ㆍ배우를 발굴하고, 국제영화제를 개척하고, 웰메이드 필름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내는 아버지에게 도전정신을 배웠다”면서 “도전정신은 저의 가장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김문석 기자

“아버지를 존경해요. 감독·배우를 발굴하고, 국제영화제를 개척하고, 웰메이드 필름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내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에게 배운 게 도전정신이에요.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5000만원을 지원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도전정신은 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됐어요.”

장편 스릴러를 9회 촬영으로 마치는 등 <공정사회>도 도전정신으로 만들었다. <공정사회>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잇 프로젝트’에 출품, 21개국 93개 프로젝트 가운데 20편에 선정돼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제 기간 중 심사를 거쳐 지원작에 선정되면 후반작업 등에 도움을 받게 된다.

“후반작업 일정상 7월말에 마감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은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 초에 열리는 선댄스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개봉은 그 이후에 했으면 해요.”

이 감독은 “제작비가 적게 든 영화 개봉·흥행은 국제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아야 유리하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한국영화가 더욱 발전하려면 다양성이 구현되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 다양성은 창작인의 열정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가능하다”면서 “다양한 영화로 국내외 시장과 영화제를 개척하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