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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단우 “오늘 개봉 ‘백자의 사람’, 15년동안 준비했다’

■ ‘백자의 사람’에서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저는 독립투사인 천수역을 연기했습니다. 극중 청림 (배수빈)의 직장 동료이자 절친이기도 하고, 일제치하에 있는 한국의 현실에 분개하여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역할입니다.

■ ‘반메이 타카하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정단우

일본의 거장감독이라고 하셔서 어떤 분이실까 많이 궁금했습니다. 직접 뵈니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랄까, 아주 편안하고 좋은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보통 촬영 중 테이크를 몇 번 가시냐라고 조감독에게 물어봤는데 한두번 정도면 오케이컷이 나온다고 하셔서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그래도 4~5번의 테이크는 가시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에 임하니 상당히 많은 컷들이 한번에 오케이 되었고, 길면 2~3 테이크만에 오케이를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촬영에 임할 때 마다 매 테이크를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감독님의 머릿속에 영상의 흐름과 연출에 대한 확신이 살아있다 라고 느꼈습니다.

■ 일본 배우 ‘요시자와 히사시’와의 첫인상과 작업은 어땠나요?

정단우

요시자와를 처음 봤을 때 작은 얼굴과 큼직한 이목구비, 긴 팔다리, 볼륨감 있는 엉덩이, 등을 보고 ‘어 마이클잭슨 닮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극 중 ‘요시자와’와는 직접적으로 연기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야기를 해보니 저와 동갑내기 친구였고, 저를 편하게 생각해주어서, 그리고 요시자와가 영어를 잘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촬영 약 2~3주전에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을 확정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짧은 시간에 많은 한국어 대사들을 훌륭히 소화해낸 것을 보면서 놀라운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요시자와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서 흡사 극중 주인공인 ‘아사카와 타쿠미’를 보는듯한 느낌이 느꼈습니다.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고, 또 정말로 따뜻한 사람이라는걸 느꼈습니다. 아마 ‘백자의 사람’ 영화를 보시면 요시자와의 인간적인 매력이 영화안에 녹아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물론 제가 나온 장면입니다. (웃음) 독립운동 중 총맞고 쓰러질 때의 단 한 장면을 위해 많이 연습하고 그 때 당시의 총과 그에 따른 반동력, 특정한 부위의 맞았을 때의 협압 상승에 따른 얼굴과 신체의 반응, 그 외 많은 것들을 그 때의 현실에 맞춰서 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촬영 전까지 죽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고 촬영 후에도 죽는다는 것에 대한 여운이 정신적으로 한동안 살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그 씬을 위해 보내서인지 제가 총 맞을 때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 캐릭터 준비하는데 어려움

정단우

특별히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한국에서의 상업영화 경험이 많지 않은 저로서는 천수라는 캐릭터를 영화 안에서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는가에 대한 자문을 많이 했고, 현장에서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천수라는 캐릭터는 일제 강점기 당시 대한민국 보통의 남성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라가 강제적으로 박탈당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보통 대한민국의 남성,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강한 의지를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배우로서는 그런 자문의 시간들과 준비의 시간들이 어려움이라기보단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영화를 본 후 시간의 흐름에 대한 천수의 감정선이 잘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

회사를 통해 들어온 시나리오를 보고 ‘천수’ 역할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디션에 불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마음속으로 아쉬워하며 어디 오디션에 떨어지는게 한두번이냐며 스스로 위로를 하고 있을 즈음, 반메이 타카하시 감독님이 한국에 방문하시고 제 오디션 영상을 보신 뒤 저를 천수역으로 캐스팅하길 원하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싸! 라고 외침과 동시에 저희 대표님과 하이파이브 했습니다. (웃음)

■ 시사회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정단우

시사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 같습니다. 관객분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포토타임을 할 때 진구씨, 한채영씨, 배수빈 선배님, 이렇게 지나가시고 제가 그 다음으로 지나갔는데 기자분들도 저를 잘 모르실 수밖에 없지만, 제가 그 자리에 섰으니 많은 사진들을 찍어주셨고, 인터뷰도 했고, 일반 관객분들도 덩달아서 저를 아시진 못하지만 일단 찍고 보자라고 생각하셨는지 많은 사진들을 찍어주셔서 좀 당황했습니다. 촬영 중 카메라는 익숙하지만 20~30개의 플래시가 동시에 터지는데 그런 경험은 아직 없어서인지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어정쩡한 차렷자세로 멍하니 서있었던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사가 나가진 않았지만 저의 포토타임 자세는 모두 차렷 자세입니다. (웃음) 다음 포토타임 때에는 자세를 한 두 번은 바꿔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 배우가 된 계기, 그리고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이죠?

초등학교 시절 꿈이 무엇이냐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배우라는 대답을 할만큼, 배우가 된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왔고, 오랜 시간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왔습니다. 이제는 소중한 돈을 내시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부족하게나마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정도는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더 좋은 기회로 관객들을 찾아 뵙고, 기존의 관객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가볼 수 없는 감정의 세상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사랑을 주고 싶고, 영화를 통해 세상을 좀 더 깨끗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 데뷔작은 어떤 것이었고, 그 외 기억에 남는 작품들, 그리고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신 건가요?

정단우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매릴랜드 주립대에서 연기를 전공했습니다. 정식 데뷔작은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2005년 ‘오우섬 80스 프람 (Awesome 80s Prom) 으로 통해 데뷔했습니다. ’펑 슈웨이 (Feung Schwey) 라는 코믹한 캐릭터를 통해 동양인 최초로 관객들이 뽑은 인기상을 받았으며 그 후 말레이시아 드라마 ‘Awan Dania Season 3’의 박정상역과 영화 의뢰인의 증인, ‘정신과의사’역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작은 발판을 마련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정식 데뷔는 2005년 이지만 97년 국립극장에서 열렸던 세계연극제 오프닝 공연인 ‘오우제’를 통해 처음으로 무대를 알았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15년간 한국에서 약 연극 10여편, 미국에서 약 10여편을 통해 무대에 섰고, 말레이시아, 싱가폴, 남아프리카, 독일, 아일랜드, 일본, 한국 등 여러 국가의 감독들과 크고 작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배우로서 노력해왔습니다. 7월 12일 개봉하게 될 반메이 타카하시감독이 연출한 영화, ‘백자의 사람’을 통해, 독립투사 천수역으로 관객들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 개봉예정 혹은 진행중인 영화가 있나요?

독립장편영화 ‘어 맨스 월드 (A Man’s World)’ 의 주인공, 동성애자인 ‘강동성 역’으로 조만간 다시 관객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작은 규모의 시사회이지만, 7월 18일 저녁 8시 브로드웨이극장 내 인디플러스에서 시사회가 있을 예정이고, 또한 올 7월 개최되는 부천국제영화제를 통해 홍석천, 김종수 등이 출연한 ‘좋은 꿈 꾸세요’란 영화로, 천재 화가이자 사이코패스인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고 싶은 역할?

감정적으로 곡선이 많은 연기를 꾸준히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많이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아주 가끔씩이라도 코믹한 영화를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나리오 혹은 대본 주시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덥석 물어야 되는 타이밍이라 어떤 작품이라도 꾸준히 들어와만 준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영어와 한국어를 극중에서 완벽히 구사하면서도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감정선을 가진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고, 또 장난기많고 웃기면서 귀여운 변태 캐릭터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운동도 좋아하고 액션연기도 자신있습니다. 맞는 역할이라도 좋으니까 액션영화 불러주시면 당장 뛰어가겠습니다. (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정단우

영화 ‘백자의 사람’은 한국, 일본의 스텝들과 배우들이 함께 만든 영화입니다. 그리고 영화자체로서의 의미 또한 한? 일 양국간의 어두웠던 역사를 있는 그대로 한국의 문화를 사랑했던 실존인물 아사카와 타쿠미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객관적인 역사를 보여줌으로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초석을 마련하고픈 반메이 타카하시 감독의 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백자의 사람’은 2011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처음 시행한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정부로부터 4억 2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영화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자신도 더 많은 것들을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그리고 한국을 빛낼 수 있는 세계적인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꾸준히 지켜봐주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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