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드라마 ‘회상신’ 구태를 벗어던졌다

드라마의 회상 신(플래시 백)이 달라졌다. 과거 잦은 회상 신은 방송 연장을 위한 분량 늘이기 용으로 자주 이용돼 빈축을 샀다. 또한 일일드라마 같은 경우 회상 신이 너무 많이 삽입돼 ‘저 드라마는 한 편만 보면 이전 이야기를 다 알아’라고 할 정도로 회상이 남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주일 단위로 방송되는 드라마의 특성상 앞 편을 놓치면 몰입도가 어렵기 때문에 회상신은 필수다.

요즘 드라마 속 회상신은 진화하고 있다. SBS <추적자> <유령> 등에서는 유독 회상 신이 많이 등장한다. 템포가 빠르고 화려한 최근의 트렌드 속에서 드라마 전개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스릴러가 가진 특성 상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트릭이나 반전의 도구로 활용돼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 <유령>은 사건이 등장 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전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에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김우현(소지섭)을 필두로 한 사이버 수사대의 입장에서 드라마가 전개되지만, 이후 범인인 조현민(엄기준)의 입장에서도 재구성된다. 제작진은 이처럼 각각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장면을 이해하는 장치로 회상이 활용된다고 했다.

제작 관계자는 “<유령>은 상당히 복잡해서 배우들도 대본을 보면 곧바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라며 “과거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현재의 사건이 이해가 안되기 때문에 부연 설명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령’의 과거 회상신은 ‘몽타주’기법을 사용했으며 이는 극의 긴장도를 더욱 높인다”고 설명했다.

종영을 3회 앞둔 드라마 <추적자>의 회상신도 마찬가지다. 숨 가쁘게 달려와 절정에 이른 14회에서는 서회장(박근형), 강동윤(김상중)의 과거 회상신 뿐 아니라 백홍석(손현주)의 동료 경찰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신을 통해 지난 회차를 쭉 정리해 이해를 돕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도왔다.

<추적자> 관계자는 “<추적자>의 플래시백은 지난 회차 장면을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재탕’ 방송이 아니라 플래시백 용으로 다시 찍거나, 혹은 다른 각도에서 찍은 장면을 활용했기 때문에 새로워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 관계자는 <추적자>의 발전된 회상신이 드라마 전체적인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이와 같은 포맷의 회상신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감독과 작가의 치밀함 덕분에 회상신이 많이 발전해 세련되어 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회상신이 사용된다. 따라서 우연의 남발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BS 이현직 CP는 “예전에는 시대 순으로 이야기를 푸는 것이 이해가 쉬웠지만, 요즘의 대중들은 ‘지금 당장’의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며 “추적자와 유령 같은 수사물은 회상신이 단순히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를 얘기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 때문에 회상이라고 하기 보다는 문제를 풀어가는 루트에 가깝다”고 말했다.

TV평론가 정석희씨는 “회상신을 잘못 쓰는 예는 감독이나 작가가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장면과 대사를 반복적으로 보여줄 때”라며 “멜로 드라마 등에서 보여지는 회상신의 남발은 드라마 전체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적자>와 <유령>은 회상신을 허술하지 않고 아귀에 들어맞게 잘 활용한 사례”라며 “사건을 위한 단초가 되는 부분을 처음 심어놓은 뒤, 나중에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을 펼쳐 보여주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또 “같은 장면을 반복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회상신을 의도하고 다른 각도, 다른 대사로 찍어 사용하기 때문에 편집시 급조한 것이 아닌 ‘계획된 회상신’ 이라는 것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이처럼 대본을 연구하는 작가가 늘어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