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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15t 트럭의 비밀

“15톤 트럭에서 장비를 내리는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라던데요?”

홍명보 감독(43)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준비해간 장비에 런던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이 입을 딱 벌렸다. 완벽하고, 꼼꼼하게 갖춰진 각종 장비와 훈련도구 등 짐의 규모에서부터 한국 대표팀의 목표치와 각오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올림픽팀은 지난 21일 런던 올림픽조직위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공식 숙소인 뉴캐슬 힐튼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 호텔에는 올림픽팀과 조별리그 통과를 다투는 멕시코·스위스·가봉 등이 같이 묵고 있어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올림픽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2일(현지시간) 영국 뉴캐슬대학 코크레인 파크 스포츠클럽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뉴캐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d

그러나 그 긴장감은 불과 1분 만에 사라졌다. 올림픽팀 버스를 따라온 바퀴 8개짜리 15톤 트럭의 위용에 그저 놀라워할 뿐이었다. 호텔 관계자들로는 부족해 올림픽팀까지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달려들어야 할 정도로 산더미같은 짐에 조직위 관계자들까지 깜짝 놀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호텔에 도착해 보안을 위해 장비를 일일이 검사하는 데만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 런던올림픽조직위 관계자들이 ‘무슨 짐이 이렇게 많으냐’며 하소연을 했을 정도다”라며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는 가봉은 우리의 절반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15톤 트럭은 첫 메달을 향한 열망이기도 했다. 올림픽팀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오다 보니 짐 보따리가 한없이 늘어났다. 훈련을 위해서라면 공도 종류별로 가져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재활·치료 장비는 말 그대로 파주트레이닝센터를 통째로 옮겨온 수준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큰 효과를 봤던 충격파 치료기와 고주파 레이저 치료기 등도 가져왔다. 부피 문제로 산소텐트를 챙기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대신 선수들의 체온 유지를 위한 개별 온열매트, 재활의 시작인 마사지 침대,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필요한 비타민제 등까지 공수해 왔다. 국가대표 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월드컵 당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선수들이 다치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잊지 않았다. 신선도 문제로 재료를 한국에서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한인회를 통해 구한 한식 재료들을 아낌없이 가져왔다. 심지어 선수들 요청에 따라 전골냄비와 휴대용 버너까지 챙겼을 정도다. 올림픽팀 골키퍼 이범영(부산)은 저녁에 나온 열무비빔밥에 “영국에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한편 올림픽팀은 최우선 과제였던 현지 적응을 마치고 26일 멕시코와의 첫 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이날 훈련에 앞서 직접 공을 들고 훈련 장소인 뉴캐슬대학 구장에서 드리블과 트래핑을 해보는 등 잔디상황을 꼼꼼히 확인한 홍 감독은 “우려하던 현지 적응 문제는 끝났다. 이제는 우리 축구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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