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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역전 금메달’ 유도 송대남

밀리고 밀린 유도 인생. 그가 선 벼랑 끝은 90㎏급이었다.

런던올림픽 남자 90㎏급 금메달리스트 송대남 (33·남양주시청). 송대남은 더 이상 밀릴 곳 없는 극한의 상황에 다시 일어섰다. 그것도 누구나 동경하는 금메달로 보상받았다.

송대남은 2일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 유도경기장에서 벌어진 90㎏급 결승에서 아슬레이 곤살레스(쿠바)와 연장 접전 끝에 안뒤축걸기로 서든데스 포인트를 따내 우승했다.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90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딴 송대남(오른쪽)이 2일 런던 엑셀노스아레나에서 진행된 시상식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송대남은 한국 남자 유도 81㎏급 기대주로 주목받았으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권영우(한국마사회)에게,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는 김재범에게 막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송대남은 81㎏급에서 패자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갈 길이 없었다. 유니폼을 잠시 벗기도 했다.

송대남은 성공 확률이 희박했지만 국가대표로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90㎏급으로 과감히 체급 이동을 했다.

그렇게 서른 넷 나이에 잡은 올림픽 티켓. 송대남이 벌떡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끝’이라는 생각에 올인한 덕분이다.

송대남은 결승전을 마친 뒤 “이번이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였는데 금메달을 따내 한을 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최고의 순간에 미련없이 국가대표 은퇴를 이야기했다. 송대남은 단호하게 “이번 올림픽까지만 뛸 생각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말했다.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12년의 기다림과 열정이 두차례의 올림픽 도전 좌절 후 어느새 30대에 접어든 나이와 부상, 체급 변경 등 온갖 어려음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지난 세월을 되짚으면 런던올림픽 금메달은 기적에 가깝다. 송대남은 81㎏급에서 뛰던 2010년 11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연골 봉합 수술 뒤에도 적어도 6개월은 운동하지 못할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그러나 송대남은 ‘인조인간’처럼 한달도 되지 않아 운동을 재개했다. 대표팀 관계자들도 누구 할 것 없이 깜짝 놀랐다.

송대남은 그 뒤로 선택한 새 체급에서 꿈 같은 일을 만들어냈다.

정훈 대표팀 감독은 “매일 욕도 먹고, 혼도 나면서 매일 11∼12시까지 훈련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지옥훈련을 묵묵하게 소화해줬다”며 “늘 이런 큰 대회에서는 준결승·결승에서 좌절했는데 시련도 많았지만 워낙 성실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송대남의 금메달. 송대남은 유도 금메달뿐 아니라 인생 금메달을 따냈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선 정상이다. 송대남은 국민에게 금빛 기쁨을 줬다. 더불어 그 이상의 메시지를 남겼다. 경쟁에서 튕겨져 한번이라도 ‘실패’를 맛본 사람에게 던지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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