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레슬링 금메달 김현우 “나보다 더 땀흘렸다면 메달 가져가라”

김현우(24·삼성생명)는 올림픽 전 “나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아니, 가져가지 못했다.

김현우는 8일 런던 엑셀 레슬링경기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결승서 헝가리의 타마스 로린츠(헝가리)를 2-0(1-0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까지 오르느라 오른쪽 눈이 퉁퉁 부어올랐지만, 아랑곳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

김현우는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매트를 돌며 환호했다. 태극기를 앞에 두고 절을 하더니, 방대두 감독(58)에게도 넙죽 절을 올렸다.

7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 결승전에서 타마스 로린츠(헝가리)를 꺽고 금메달을 획득한 김현우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김현우는 8년 만에 한국 레슬링 금사냥에 성공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현우는 끊어졌던 레슬링 올림픽 금맥을 다시 이었다. 레슬링을 효자종목으로 부활시켰다. 한국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양정모)의 주역이었고, 7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레슬링은 2008베이징올림픽 노골드에 이어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서도 노골드에 그치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지만 김현우의 금메달로 바닥을 치고 반등의 계기를 잡았다. 박장순 삼성생명 감독은 “현우가 레슬링을 살렸다. 고맙다”고 말했다.

그에게 부상을 안긴 8강전, 준결승 보다 결승은 오히려 쉬웠다. 1라운드서 상대의 파테르 공격을 막아내 승기를 잡은 김현우는 2라운드는 파테르 공격 기회에서 2점을 따내 완승을 거뒀다.

1m74의 김현우는 팔이 길고, 손이 커 잡기에 능하다. 박장순 감독은 “그레코로만형을 위해 타고난 체형”이라며 “몸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도 영리하다. 체력과 기술, 정신력의 3박자를 갖춘 토털레슬러”라고 말했다. 타고난 근지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원주 교동초등학교 때 유도를 하다 평원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레슬링으로 전향했다. 2006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 금메달, 같은 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땄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서 2회전 탈락한 게 약이 됐다. 2011세계선수권대회 3위, 2011 런던프레올림픽 1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길을 걸어왔다.

그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을 한 번도 아닌 두 번 따겠다는 것이다. 박장순 감독은 “꿈이 큰 선수”라고 말했다.

큰 꿈 만큼 훈련은 혹독했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아침훈련, 10시부터 12시까지 웨이트,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메트, 오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야간훈련으로 이어지는 강훈을 군소리없이 소화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김현우는 “죽기살기로 해서 하늘을 감동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할 때마다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각오로 나설 만큼 근성과 독기가 대단하다.

그를 올림픽 챔피언으로 만든 건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었다. 또 한가지, 그는 레슬링을 즐긴다. 김현우는 “운동 선수 아닌 다른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고 하기도 싫다”면서 “태생부터 운동선수 체질인 것 같다”고 웃었다. 즐기는 것 보다 더 강한 건 없다.

시상식후 믹스트존으로 나온 김현우는 태극기와 방대두 감독에 절을 한데 대해 “힘들 때 채찍질해준 감독님에게, 그리고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