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SK 이만수 감독 “이제야 고백합니다”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SK 이만수 감독(54)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맴돌았다. 지난 해 8월 감독 대행으로 SK 지휘봉을 잡은 이후 벌써 1년이다. 정식 감독이 된 올시즌, 조급한 마음으로 재촉하다 7월에는 8연패에 빠졌고, 8월엔 7연승까지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감독은 24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대단하다. 나도 경기 하면서 깜짝 놀랐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SK 이만수 감독.

다른 무엇보다 이기는 법을 선수들이 더 잘 안다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았다는 것이다.

“감독 입장으로서는 내가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노하우도 있고 선수들도 잘 알고…. 내가 하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습니다.”

이 감독은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솔직히 고백하겠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펴졌다 오므려졌다 자주 바뀐 것 같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 전에 내가 모든 걸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못 하면 속앓이 해야했다. 전반기에는 잠도 못 자고 과식도 많이 해 속도 안 좋았다.”

지난 6월말 이 감독은 급기야 “감독을 위해 이겨달라”며 ‘플러스 18승’을 해 줄 것을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감독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SK는 6월28일 대구 삼성전부터 8연패에 빠졌다. 2216일 만에 SK의 최다 연패 기록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감독은 ‘기다림’을 배웠다. 그제서야 주위 사람들이 말해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깨달음을 얻은 이 감독은 후반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지나친 액션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식’이라고 주장한 이 감독의 화끈한 세리머니는 상대팀의 원성을 살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고 선언했다. “지인들도 얼굴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옛날처럼 그런 행동을 안 해서 카메라맨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감독 스스로 달라지고 나니 선수들에게도 자연스레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이 정도로 바뀌는구나 싶었다. 가을만 되면 선수들이 뭔가 된다는 게 몸 자체에 있다. 내가 감독으로서 덕을 본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시행착오를 통해 평온함을 찾은 ‘헐크’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