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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이대로 ML가면 ‘포스팅 금액’은 얼마나?

한화 류현진(25)이 메이저리그 진출 소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포스팅 금액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이 끝나면 7년을 채워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진출자격을 갖춘다. 포스팅시스템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영입할 때 실시하는 입찰제도로, 여러 구단이 입찰 금액을 비공개로 제시해 그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구단이 대상선수와 독점협상권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경우는 대부분 일본에서 나왔다. 2000년대 초반 스즈키 이치로(39·양키스)와 사사키 가즈히로(44), 마쓰이 히데키(38·탬파베이)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이후 일본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금액도 치솟았다. 2006년 세이부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32)는 포스팅금액으로 5111만1111달러(약 579억원) 를 적어낸 보스턴을 선택했고, 일본 역대 최고의 투수로 평가된 다르빗슈 유(26)는 올시즌 초 텍사스가 5170만달러(약 586억원)를 적어내며 포스팅 금액 신기록을 썼다.

그에 비하면 한국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포스팅 입찰에서 ‘찬밥’ 신세였다. 1998년 LG 이상훈(41)은 한국선수 최초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행을 타진했다. 하지만 최고액은 보스턴이 적어낸 60만달러(약 6억8000만원). 결국 이상훈은 메이저리그행을 포기하고 일본 주니치에 입단했다. 2002년 삼성 임창용(36·야쿠르트)은 65만달러(약 7억4000만원)를 제시받고 국내 잔류를 택했고, 두산 진필중(40)은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라는 모욕스런 제안을 받았다.

일본과 한국의 포스팅 금액 차는 약 144.5배로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와 다르다. 두 차례의 WBC에서 각각 4강,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위상이 달라진 만큼 류현진 역시 과거와는 다른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굳이 달라진 한국야구의 위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수들 중 최대어인 만큼 한국선수 역대 최고액 경신은 무난하다.

일본에서 류현진과 가장 비슷한 성적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이시이 가즈히사(39·세이부)다. 이시이는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야쿠르트에서 뛰며 78승 46패 방어율 3.38을 기록했다. 이시이는 2001년 시즌 후 해외진출을 선언했고, 포스팅시스템을 이용해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다저스는 이시이를 영입하기 위해 포스팅금액으로 1126만달러(약 128억원)를 지불했다.

류현진이 한국무대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 또 당시 이시이에 비해 확실한 장래성을 자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시이와 비슷한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한화 노재덕 단장은 4일 “시즌이 끝나고도 시간은 많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문제는 시즌 후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포스팅 금액에 대해서는 “우리가 돈이 급한 구단도 아닌데 주위에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런 문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불편해했다.

한화는 한대화 감독이 중도에 경질된 이후 새 감독을 찾지 못하고 한용덕 감독 대행체제로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한화 입장에서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새로 부임하는 감독 및 코칭스태프들은 팀 전력을 재편성하기가 난감하다. 또 이범호를 놓쳤을 때처럼 팬들의 거센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류현진의 포스팅금액에 따라 한화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류현진이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금액을 제시받는다면 한화 입장에서도 굳이 무리해서 보낼 필요는 없다. 반면 높은 금액을 제시받는다면 ‘한국 최고의 에이스’라는 가치를 입증받은 것이기에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다.

한화가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꼬인 실타래’도 시작점만 알면 완벽하게 풀 수 있다. 이번 류현진의 해외진출 문제를 통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찾아야만 한다.

■한국·일본 포스팅 금액 차이. 스포츠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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