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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광해···’ 이병헌 “영화는 대한뉴스가 아니다”

배우 이병헌(42)은 또래보다 어려보이는 얼굴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개인으로선 좋겠지만 연기를 할 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병헌은 배우와 개인의 삶을 구분지었다. 촬영장에선 누구보다 집중력이 높은 배우지만 개인으로 돌아오면 동사무소에서 서류 떼는 것도 어렵게 느낀다고 했다.

배우로, 개인으로 두 가지 인생을 사는 이병헌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19일 개봉)에서 1인2역을 맡았다. 암살이 두려운 광해와 기생집에서 왕을 풍자하는 하선이다. 영화는 광해군 8년 중 소실된 15일간의 기록을 모티프로, 하선이 왕의 대역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영화배우 이병헌. 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데뷔 20년 만의 첫 사극인데 어떤 점에 끌렸나.

“대본을 볼 때 재미가 있는 지를 먼저 본다. 코미디가 주는 재미도 있지만 멜로의 슬픔도, 호러의 무서움도 재미를 준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고 해도 ‘대한뉴스’가 아닌 이상 메시지만을 보러가진 않는다. 극장에 가게 만드는 건 결국 재미다. <광해>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이 무엇이냐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를 더한, 영리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민이 왕궁에 들어가면서 생기는 해프닝도 재미있고, 하선이 지도자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이 일종의 성장영화의 느낌을 줘 재밌었다.”

- 하선이 ‘매화틀’(왕이 쓰던 이동식 변기)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에선 망가지는 모습도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그 부분이 재미있어서 더 하고 싶었다고 말한 건 의외였다.

“내가 하이틴 스타도 아니고, 망가지는 게 싫다고 생각하기엔 이미 너무 나이를 먹었다. 화보를 찍을 땐 멋있어 보이고 싶은 것과 영화 안에서 비참해 보이는 건 전혀 다른 세계다.”

-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장면은 뭐였나.

“영화에 90% 이상 나오기 때문에 거의 매일 스태프처럼 촬영장을 출퇴근 했다. 그 와중에 <지.아이.조2> 팀에서 갑자기 추가 촬영을 해야 한다고 해서 시간을 쪼개 4일 만에 다 찍고 돌아왔다. 새벽 4시에 귀국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7시부터 촬영했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질 정도로 힘들었다. 비행기에서 잠을 잘못 잤는지 허리도 아픈데 호위무사인 도부장(김인권)이 나를 위에서 누르는 장면이 있었다. 찍고 난 다음날부터 꼼짝 못하고 5일을 앓았다. 병원에서 척추에 주사를 맞은 후에야 돌아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액션신도 없었는데 왜 바보같이 잠을 잘못자서 그렇게 아팠는지(웃음). 그런데 그 때 찍은 장면이 잘렸다.”

- 근육질 몸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편했을 것 같다.

“복근은 자유로웠는데 화장실 갈 땐 불편했다. 바지가 가슴까지 올라오고 저고리에 곤룡포까지 입으니 화장실에서 너무 복잡했다. 너무 불편해서 한참 (소변을) 참았다 가고 그랬다. 그러다 의상팀에서 속바지에 지퍼를 달아줬는데 지퍼를 단 후에는 모아 놓지 않고 맘껏 갔다(웃음).”

- 극중 욕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 때마다 웃겼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두 달 걸렸으니 오래 생각한 셈이다. 코믹의 정도가 지나치면 영화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데, ‘X같은’ ‘엿드시오’ 같은 대사가 그런 위험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시사회에서는 그 대사 반응이 예술이었다. 지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이병헌이 하니까 웃긴 거’라고 했다. 이병헌이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대체 어떤가 생각하게 됐다. 항상 멋있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배우로서 살았는데, 왜 그런 이미지인가 하고.”

-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선입견이 있나.

“‘이병헌은 다음 행보를 철두철미하게 계획한다’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꼬치꼬치’ 발언이 이렇게 오래도록 사람을 규정지을 줄 몰랐다(박 감독은 배우를 ‘꼬치꼬치’와 ‘끄덕끄덕’ 두 부류로 나눴는데, 이병헌은 전자였고 최민식과 송강호는 후자였다). 실제론 성격이 급하고, 그래서 놓치는 부분도 많다.

- 차분한 목소리도 선입견에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완전 페이크(fake·가짜)다. 어렸을 땐 급한 성격이 차분하게 말하는 것으로 감춰진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게 좋았다. 세월이 지나니까 목소리가 나를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준 것도 있는 것 같다.”

- 한류스타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데 또 다른 목표가 있나.

“지금까지 목표를 정하지 않고 살아왔다. 고교시절 친구들은 일찌감치 전공을 정하는데 난 그렇지 못해서 주눅이 들었다. 미리 진로를 정하는 친구들이 어른스러워 보였다. 지금도 연기 외에 다른 부분은 바보다. 데뷔 초기에 어머니가 동사무소 가서 서류를 떼어오라는데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집과 동사무소를 몇 번 씩 왔다 갔다 했다. 예전엔 한우물만 파는 장인이 순수하고 멋져보였는데 지금은 이런 내 모습이 좀 창피하기도 하다.”

- 이민정씨와 비밀연애는 철두철미하게 잘 한 것 같다.

“그게 ‘잘’인가(웃음)? 누군가 몰래 만나는 상황이 스릴있다고 하더라. 공개해도 되고 숨겨도 되는 사람에게는 재밌을지 모르지만 이거(비밀연애) 밖에 못하는 사람에게는 폐소공포증 같은 느낌이다. 사람을 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결혼계획은

“올해는 두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를 떠나서 물리적 시간이 안된다. 결혼 얘기가 미리 나오니까 좀 어색해지고 불편해진다. 어떤 때는 떠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다 보니 오히려 저항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연애도 공개했는데 결혼계획을 숨길 이유가 뭐 있겠나. 정해지는 게 있으면 발표하겠다.”

- 끝으로 못한 얘기가 있다면 해 달라.

“(이)민정씨 얘기까지 다 물었는데 못한 얘기가 뭐 있겠나. 오해받지 않도록 잘 써 달라. 요즘 욕을 하도 먹어서 2000살까지 살 것 같다. 이런 추세라면 불사조까지 갈지도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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