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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감독 김경문 “롯데와 재미있게 붙어보겠다”

지난 17일 태풍 산바는 NC의 홈구장인 마산구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산구장은 구장 정면에 걸린 김경문 감독(54)의 사진의 아랫부분이 태풍의 여파로 찢겨져 있었다.

“그래요? 차라리 잘됐네. 어차피 바꿀 거였는데….”

김 감독은 그 소식을 듣더니 오히려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사진만 크게 걸린 것이 민망스러워 어서 단체 사진으로 바꾸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단체 사진이 홈구장에 걸려 있어야 팀 선수들이 협동심이 생긴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지난해 9월 NC의 사령탑이 된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어느새 한 시즌을 치렸다. 그리고 길고 긴 시즌을 치렀고 지난 11일 경산 삼성전에서 7-1로 승리하며 남부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김경문 감독. 스포츠경향 DB

김 감독이 처음 NC를 만났을 때는 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었다. 1년 동안 그림도 그려보고 색깔도 칠해보고 선도 그리고 점도 찍어가면서 그림을 완성했다. 이제 다시 새 도화지를 꺼낼 때가 왔다. 외국인 선수, FA(자유계약선수) 선수, 8개구단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지원 선수에다 새롭게 뽑힌 신인 선수들까지 새롭게 그림에 넣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김 감독은 다시 한번 말한다.

“이제부터 시작이죠.”

■우승은 거쳐야할 관문일 뿐

시즌이 들어가기 전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퓨처스리그 우승과 함께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1년 동안 선수들이 가장 많이 변한 모습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법을 알았다는 점이다.

김 감독 자신도 배운 것이 많았다. 오전 11시에 경기가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 오전 8시 반, 9시부터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낯설었다. 이 과정도 김 감독에게 가르침을 줬다.

“감독하면서 처음으로 아침부터 야구장을 나오는게 쉽지 않거든요,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있었죠.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선수들 이겨내는 방법을 느껴야 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많다. 우선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선발 투수로 찾을 참이다. 1년 경기를 치르는 동안 NC 투수 중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소화한 투수가 없다. 김 감독이 가장 염려하는 것이다. 만약 5선발을 다 꾸렸다쳐도 그 중 한 명이 빠졌을 때 메워줄 수 있는 선발들도 필요하다. 투수 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선수가 빠져도 레이스를 뚫고 나가고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힘을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보완할 점이 많아요. 투수부터 타격, 그리고 수비도 많이 좋아졌지만 더 보강해야합니다. 이제부터 계속해야죠.”

■다시 경쟁,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년 1군 진입을 앞두고 NC는 새로운 선수들을 받아들인다. 지난해 신인 지명과 트라이아웃 등에서 뽑혀 한 시즌을 치른 기존의 선수라도 긴장감이 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

“21일 경기가 끝나고 잠깐의 휴식을 줄 것이지만, 그 와중에도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겉모습은 당당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유니폼을 입고 웃고 있지만 항상 경쟁을 해야 할 위치에 있잖아요. 감독도 상대팀을 이겨야 되는 위치고. 선수들은 일단 우리 팀 내에서 동료 경쟁자들을 이겨내야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죠. 경쟁 속에서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프로 선수로서 약한 모습을 가진 선수는 결코 좋지는 않다는 겁니다.”

이렇게 선수들을 독려하는 이유가 있다. 프로의 섭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진 자는 초라하다’는 것을 김 감독은 잘 알고 있다.

“지는 팀이 되는 순간 나 뿐만 아니라 전체가 너무 초라해지죠. 경기를 보는 사람도 팬들도 안쓰럽다고 느끼게 됩니다. 지지 않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 저 뿐만 아니라 스텝들 선수들이 준비를 해야할 겁니다.”

또한 이런 경쟁은 팀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아무리 다른 8개구단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라도 기존에 뽑힌 선수들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라이벌 팀 롯데, 선의의 경쟁하겠다

NC와 롯데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경남권에서 창원과 부산을 연고지로 한 두 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로 묶인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단순히 라이벌로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서 즐겁게 시즌을 치르려고 한다. 김 감독은 경기장을 찾는 팬의 마음에서 먼저 생각했다.

“만약에 이웃집 롯데한테 쉽게 져 버린다면 창원 팬들이 과연 좋아하실까요? 아무리 팀이 막내팀이라고 해도 경기장을 찾은 분들이 기분이 안 좋게 갈거란 말이에요. 다른팀도 마찬가지지만 롯데는 특히 지역의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을 갖고 있으니까…. 선의의 경쟁 라이벌 구도를 갖춰봐야죠. 저 나름대로 즐겁게 싸워볼까 생각이에요”

NC의 구성원이 커리어는 다른 구단에 비해 부족하다. 그러나 야구의 열정과 “하겠다”는 의지는 나머지 8개 구단에 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전 ‘정공법’을 가장 좋아합니다. 부딪히고 때로는 코피도 쏟아가면서 덤벼드는 열정을 가장 좋아하죠.”

■10구단 필요성, 내년에 바로 체감하게 될 것

“기왕에 인터뷰하는 거 솔직하게 이야기해야죠.”

‘예민한 부분’이라며 조심스러워했지만 김 감독의 어조는 분명했다.

“내년 시즌에 경기를 치뤄보면 ‘왜 한 팀이 더 있어야 하는가’를 피부로 분명 느낄 것입니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9팀으로 치르는 시즌은 어느 팀에게 유리할 지는 아직은 모른다. 마냥 쉬는 것이 좋을 수는 없고 경기를 많이 치른다고 다 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상승세, 하향세의 조화가 어떻게 돌아갈 지 모른다는 것이다.

“NC가 생기고 또 하나의 팀이 생긴다한들 어떻게 상위권팀들을 꺾겠어요. 20인 외 선수 중에서도 전력이 좋은 선수가 오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걱정들을 하는지….”

김 감독은 현재 뿐만 아니라 다음 시대까지 바라봤다.

“처음에 미국에 갔을 때는 한국이 어딘지 모르는 데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이 어딘지 알 정도로 됐죠. 지금 8개구단 체제도 프로야구 원년부터 고생하고 희생한 사람들이 있어서 나온 것이 아닙니까. 한 팀이 더 나와 10개팀이 되면 그만큼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김 감독은 “넓게 포옹하는 마음을 가지고 또 한팀이 때맞춰 가능한한 빨리 들어와서 10개팀이 시작했으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라고 밝혔다. 다시 시작하는 ‘막내 감독’이자 10구단의 본보기가 될 입장으로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나타낸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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