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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정수 “내 중저음 목소리는 만들어 진 것”

배우 한정수(39)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으로 또 한번 여심을 흔들었다. ‘저승사자’라는 달갑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여성팬들로부터 남성미가 넘치는 배우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가 맡은 무영은 극 초반에는 이유없이 은오(이준기)를 쫓아다니며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후반부에서는 사건에 깊이 개입해 모든 사건을 마무리하는 인물이다.

25일 오전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마지막 회에서 무영이 ‘염소’로 환생하게된 뒷이야기를 꺼냈다. 에필로그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환생하는데, 무영과 여동생 무연(임주은)은 소멸되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 아쉬운 나머지 김상호 감독에게 환생시켜 달라고 졸랐고 나비, 돌, 햇님-달님 남매 등 환생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도 어떻게 환생할지 전혀 알지 못했는데, 나중에 염소로 환생한걸 보고는 크게 웃었다고 했다.

“그동안 맨날 무겁고 멋있는 척 하는 역할만 맡았는데, 화면 밖 제 모습은 수다쟁이에 다른 사람들 웃기는 거 좋아하는 ‘까불이’거든요. 마치 창호지처럼 얇고 가벼운…. (웃음) 저의 성격에 맞는 명랑한 시트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왕과나> ‘도금표’를 거쳐 <추노> ‘최장군’으로 크게 주목받은 그는 <아랑사또전>이 벌써 5번째 사극이다. <검사 프린세스>에서 ‘윤검’을 빼면 드라마에서 주로 한복만 입고 나왔다. 다음 작품은 사극 영화인데 다행히 밝은 역할이란다.

남성미 넘치는 이목구비와 까무잡잡한 피부, 느릿한 말투, 큰 키…. 그는 누가 봐도 사극 속 강인한 무사가 어울린다. 오죽했으면 데뷔 초 무술감독 정두홍씨가 그를 처음 보고 “넌 무조건 액션을 해야 돼! 얼굴이 액션이야”라고 했을까? <아랑사또전>에서도 그는 와이어 액션 등 다양한 무술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액션 배우는 아니었다. 몸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축구감독 고 한창화씨)가 축구를 하셔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3년간 축구를 했거든요. 그땐 운동하는 게 너무 싫었고, 이후에는 축구를 절대로 안 했는데 요즘은 즐겁게 해요. 액션도 마찬가지에요. 데뷔 당시 작품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6개월간 액션스쿨에서 훈련 받을 땐 고통스럽고 힘들었어요. 10년 뒤인 지금은 액션을 좋아하게 됐고 즐겁게 할 수 있게 됐어요.”

뭐니뭐니해도 그의 매력은 ‘중저음 목소리’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타고 난게 아니었다. 그는 20대까지만 해도 목소리가 가늘고 말도 무척 빨랐다고 했다. 자신의 가벼운 말투가 싫어서 ‘노력해서 만든’ 목소리라고 했다.

“후배들에게 얘기해요. 목소리도 어느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특별히 롤 모델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냈던 것 같아요. 외모도 많이 변했어요. 어릴 적엔 얼굴이 이렇게 길지 않았는데…. 하하하”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첫사랑을 경험한 소년은 어느덧 마흔이 됐다. 결혼 적령기를 한참 지난 그는 지금처럼 한 작품을 끝낸 다음이 가장 외롭다고 했다.

“열정만 넘쳤던 20대에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고 30대에는 한 두 번의 실수가 용납이 됐지만, 40대에는 한번만 실수해도 끝이라 책임감이 느껴져요. 20대처럼 불 같은 에너지가 사그라든다는 게 아쉽지만 그것조차 느낄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이 참 좋아요.”

[사진=김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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