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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준기 “나란 남자 깨방정 스타일!”

벌써 수년 전의 일이지만 이준기하면 여전히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엉덩이를 실룩대던 <왕의 남자> ‘공길’이 떠오른다. 이후 영화 <화려한 휴가><플라이 대디>, 드라마 <마이걸>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 등에서 줄줄이 주연을 맡으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그만큼 ‘공길’의 존재감이 컸던 때문이다. 그는 배우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2010년 5월 군에 입대 했다. 그리고 2005년의 공길 보다 더 고운 모습으로 <아랑사또전>의 ‘은오’가 되어 돌아왔다. 얼굴은 날렵해지고 피부는 더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심장은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제대하기 전 심정이 어땠나.

“일주일 전부터 잠도 못 잤다. 상부에서는 팬들이 운집할 것 같다고 일주일 전부터 통제 대책마련에 고심했다. 나는 속으로 ‘인기도 많이 떨어졌을텐데 괜히 굴욕아닌 굴욕을 당하는건 아닌가’ 걱정도 됐다. 제대 후 곧바로 작품을 하길 잘했다. 부담이 너무 컷는데, 심적으로는 만족스럽고, 자신감도 얻었다.”

-입대 전과 달라진 것은.

“처음엔 배우 이준기, 인간 이준기, 군인 이준기가 계속 부딪쳤다. 그래서 무식할 정도로 군생활에만 몰입했다. 저녁에 TV를 보면 심장이 쿵쾅쿵쾅 하면서 ‘내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하는 생각 들었다. 내려 놓는 법을 배웠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군대 가기 전에는 막히지 않은 공간에서는 술도 못 마시고, 스캔들 날까봐 여자도 멀리했다. ‘내가 진짜 오바 했구나’ 하는걸 깨달았다.”

-2년만의 복귀 소감은.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그런데도 ‘나만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했었다. 다행이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라 빨리 적응한 것 같다. 난 주변 사람들과 빨리 가까워지는게 좋다.”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던데.

“원래 ‘깨방정’ 스타일이다. 하도 오지랖을 떠니까 스태프들이 ‘너는 안 지치냐’ 하고 물을 정도였다. 주변에서 까칠하고 여성스러울 것 같다고 하는데 정 반대다. 신민아씨는 <아랑사또전>에서 처음 만났는데, 첫 날 부터 나에 대한 선입견을 확 깨뜨렸다. 그런데 ‘불편해요 준기씨’라고 하더라. 그래서 천천히 다가갔다. 물론 나중엔 많이 친해졌다. 하하.”

-군에 있는 동안 나이에 앞에 3자가 붙었는데.

“배우로서는 한 살 한 살 알차게 나이 먹어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역할 폭도 넓어지고. 김수현, 송중기, 이민호, 장근석 등 요즘 주목 받는 20대 배우들 보면 ‘내가 저 나이 땐 저렇게 못했던 거 같은데…잘한다’ 이런 생각 든다. 이번에 <아랑사또전>에서 함께 연기한 연우진씨도 크게 빛을 볼 것 같은 친구다.”

-군대 선임이었던 이동욱이 MC로 활약하는 것 보면.

“처음엔 ‘배우가 저런 거 하는 거, 아니지 않나?’ 싶었다. 근데 워낙 잘하시는 거 보니깐 나도 해보고 싶더라.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지만 팬들이 못하게 하더라.”

-‘이준기 팬덤’은 유별난 것 같다.

“나에겐 프라이드다. 군대 가기 전에 ‘이준기 팬덤’이 독보적이었는데, 요즘은 다른 배우들도 많은 것 같다. 하하. 우리 팬들은 사무실보다 정보도 더 빠르고, 데이터 베이스를 모아와서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저절로 수용된다. 우리 팬들이 요구하는 것은 ‘나이 주름 없애려고 보톡스 맞지 마세요. 얼굴엔 손대지 마세요. 주름이 있어야 표정도 다양해지고 깊이도 깊어져요’ 이런 것들이다. 심지어 ‘소처럼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팬도 있다. 그래서 내 트위터에 한동안 ‘소처럼 일하자’ 라고 써 놓은 적도 있다. 피부관리도 팬들이 해준다. 화장품 선물도 많이 보내줘서 기쁜 마음으로 듬뿍 듬뿍 바르고 잔다.

-작품 고르는데 팬들의 입김도 들어가나.

“작품은 스스로 생각한다. 난 강한 척 하는 편이다. 군대 있을 떄 가장 힘이 됐던 사람이 ‘나 자신’이었을 정도다. 다음 작품은 되도록 빨리 하고 싶다. 그 전에 해외 팬 미팅 일정 소화하고 새 앨범도 선물해드릴거다. 사진집 촬영도 예정돼 있는데, 내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만 30세로 돌아온 남자 냄새 나는 이준기’가 콘셉트다. 안 벗고도 야한 느낌이 났으면 좋겠는데. 대충 만든 몸으로는 노출이 어려울 것 같다.”

[사진=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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