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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멤버들 부럽지 않아…가늘고 길게 연기할래요

‘핑클’ 꼬리표 떼고 연기자 변신 이 진

“인터뷰할 때마다 핑클 멤버 중 가장 늦게 빛을 봤는데 기분이 어떻느냐는 질문을 하세요. 전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요”

이진(32)은 정말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같은 핑클 멤버였던 이효리가 국내 최고의 섹시 스타로 올라설 때, 옥주현이 뮤지컬 배우로서 오랜 꿈을 찾아갈 때, 성유리가 드라마 주연을 꿰차며 승승장구할 때 자신은 질투는 커녕 멤버들이 너무 대견한 마음뿐이었단다.

“핑클 멤버와는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서 그런지 가족같이 느껴져요. 다른 연예인은 몰라도 멤버들과의 비교는 말이 안돼요. 오히려 기분이 좋고 자랑스럽죠. 부모의 심정이랄까….”

▲가족같은 멤버들 질투라니… 너무 좋고 자랑스러운 부모 심정

그는 “핑클 활동 덕에 연기자의 길이 더 빠르게 열린 게 아닌가 싶다”며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업 당시에는 핑클 이미지를 벗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핑클의 발판이 아니었으면 치열한 연기자들 사이에서 내가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핑클 멤버들은 서로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비밀을 털어 놓는 사이지만, 평소 진지한 얘기는 잘 나누지 않는다. ‘손 발이 오그라들기 때문’이란다. 지금 만나도 어릴 적 그대로 툭툭 내뱉는 말투로 대화를 나눈다. 네 명이 모여 지금 모습 그대로를 담는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재밌을 것 같은데, 위험할 것 같아요. 예전에 라디오에 넷이 같이 출연한 적이 있는데 방송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하도 거침없이 얘기를 해서 DJ가 시끄럽다고 할 정도였어요. 나이 드니 다들 말만 늘어가지고…. 하하하”

어느 덧 서른 중반에 접어든 이들은 이제 옛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당시 핑클은 지금의 걸그룹 멤버들처럼 숙소 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서로 잘 지냈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어렸으니 티격태격했지만, 털털한 부분이 비슷해서인지 잘 맞춰갔다고 했다.

▲스펙타클한 삶은 극에서만… 결혼하고 아이 낳고 계속 연기 도전
“다들 각자 자리를 너무 잘 찾아갔고, 잘 잡아가는 것 같아요. 핑클 멤버도 모두 한 가족의 엄마가 될 사람들이니까 좋은 분과 인연이 되서, 앞으로 ‘또 다른 여자의 시간’이 열리면 좋겠어요.”

언제나 ‘요정’일 것 같은 핑클의 이진도 벌써 ‘결혼’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이진은 어떤 스타일의 남자와 ‘또 다른 여자의 시간’을 만들어 가게 될까?

그는 “평소에 무리 속에서 주도하기 보단 묻어가는 편”이라며 “남자도 티 안나게 리드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세심한 남자와 터프한 남자 중에서는 “터프한 남자 쪽”이 좋단다.

이진은 핑클 멤버일 때나 지금이나 ‘옆집 언니’처럼 솔직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그의 몸에는 ‘겸손’의 자세가 배어있는 듯했다.

“핑클 시절부터 부모님께서 제가 교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가르치셨어요. 어릴 때 몸에 안 좋은 습관이 배면 바로 호되게 혼이 났죠. ‘네가 영원히 핑클일 줄 아냐. 항상 정상에 있을 순 없다. 교만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죠. 어릴 때는 이해가 안됐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무척 감사하죠.”

이진은 한가했던 지난 몇 년간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그는 “만일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도 늘 갇혀있고 사람들도 막힌 공간에서만 만났을 것 같다”며 “욕심만 커지고, 지금처럼 여유로운 마음도 없었을 것 같다”고 했다. 여행도 다니고, 연락 끊겼던 친구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 덕분에 누구나 겪는 ‘서른 즈음’의 ‘고민’도 잘 풀어갈 수 있었다. 요즘은 ‘얼굴이 참 편하고 부드러워 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이진은 “20대 후반에 30대가 되는 게 두려워서 뭔가 혼자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모하게 혼자 뉴욕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진도 찍을 겸,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거든요. 막상 여행을 혼자 가보니 감동도 덜하고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더라고요. 혼자만의 외로움도 애써 즐기고,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가 창피해서 라면을 사다 호텔에서 먹기도 했어요.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30대를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있게되더라고요.”

30대를 맞는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법한 고민도, 도전도 거쳤다고 한다. 이진은 이제 ‘스타’ 이진이 아닌 ‘연기자’ 이진을 꿈꾸고 있었다. 침잠했던 시간들이 그를 배우의 길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게 하는 밑거름이 됐고, 연기 생활 10년 만에 SBS <대풍수>에서 ‘어린 영지’ 역으로 비로소 빛을 보게됐다. 요즘 다들 “이진 연기 많이 늘었다”는 칭찬 일색이다.

가수 출신 배우를 지칭하는 ‘연기돌’ 1세대인 그는 2002년 시트콤 <논스톱>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연기를 선보인 건 2006년 드라마 <베스트 극장-사고 다발지역>이다. 이후 2007년 사극 <왕과 나>를 거쳐 <영광의 재인>에도 출연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사극에 도전, 10년 만에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의 꿈은 원래 가수가 아닌 배우였다. 핑클 데뷔 전 <경찰청 사람들>과 <타임머신>등에서 재연배우로 출연한 경력이 있다.

“학창시절 TV에 나온 심은하 선배를 보고 연기자를 동경하게 됐어요. 연기 전공을 하려고 입시 준비를 하면서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재연배우는 학원에서 연결해 준 것이었어요. 현장수업의 일환이었죠. 연기랄 것도 없고, 그땐 대학가는 게 목표였어요.”

이진은 “아직은 배역에 대한 목소리를 낼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해보고 싶은 역할은 보이시한 캐릭터”라고 했다. 가장 좋은 것은 조용히 ‘묻어가는’ 역할이라고 했다. 사실 핑클 때도 다른 멤버들과 견주면 존재감이 다소 미약했다. 그러나 ‘묻어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가늘고 길게’ 살아남았다. 그는 “앞으로 연기할 날이 더 많다”며 “결혼해서 살림하면서, 아이도 낳고 나이 들어서 연기도 계속 하고싶다”고 했다.

“평소에는 친구들 만나고 운동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간을 보내요저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연기자를 꿈꿨는지도 몰라요연기로나마 ‘영지’처럼 스펙터클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나 봐요이젠 또 바빠졌으면 좋겠어요쉴 때 잘 쉬는 법도 배웠거든요즐기면서 일하는 걸 조금씩 깨닫는 것 같아요, 뭐 늘 어렵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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