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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차기작 전까지는 음악에 빠져야죠”

배우 주지훈 인터뷰

인터뷰 장소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190cm는 족히 되보이는 키에 머리카락을 회색으로 물들인 남자가 눈에 띄었다. 배우 주지훈(30)이었다. 그는 어느새 피아니스트 ‘유지호’에서 벗어나 솔직하고 자유로운 남자로 돌아와 있었다.

주지훈은 최근 종영한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유지호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극 막판, 악기 회사인 ‘부성그룹’ 회장 자리를 두고 죽일 듯 반목하던 채영랑(채시라)과 모자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막장’이란 비난도 들어야 했다. 주지훈도 한 작품에서 이처럼 다양한 감정과 처지에 놓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시작부터 논란도 많았다. 드라마 시작과 동시에 걸그룹 티아라 ‘왕따’ 사건이 터져 상대 배우였던 은정이 하차했고, <살인광시곡>과 표절 시비까지 있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다섯손가락’ 연기에 호평
“음악으로 내 자신을 풀고
고양이 같은 여자가 좋아”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 한 회 안에서 지호의 감정이 급변했고, 영랑과의 감정이 형성될 수 있는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죠. 다양한 논란 탓에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감독님이 화통한 분이어서 믿고 따랐어요. 한편으로는 빠른 전개가 흥미로움을 드렸다는 생각도 해요.”

그는 영화 <키친>(2009), <서양 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뮤지컬 <돈주앙>(2009), 드라마 <마왕>(2007) <궁>(2006) 등을 통해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얻었다. 그런데 컴백작으로 정반대 이미지의 김순옥 작가 작품을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호흡이 긴 작품을 좋아해요. 뮤지컬이나 영화 쪽이 드라마보다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배우는 감성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번에 순발력도 많이 늘고 배운 점도 많아요. 할 줄 알고 안하는 거랑, 할 줄 모르고 안하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외적으로도 얻은 게 많다. 긴 공백 후 복귀인데도 연기 호평을 얻고 팬층도 넓어졌다. 그는 “드라마 끝나고 치킨 집에 갔는데, 이모님(치킨집 주인)이 손을 꼭 잡으면서 ‘드라마 잘 봤어’ 해서 놀랐다”며 “팬들도 처음에 이 작품 선택했을 때 안 어울린다며 원성이 자자했는데 결국 나를 믿어줬고, 그래서 끝까지 작품을 놓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주지훈은 지난 2009년 마약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었다. 당시 주지훈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양심고백’을 했고, 집행유예 1년과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2월 특전사 상근 예비역으로 입대해 지난해 11월 전역했다. 제대 후 바로 얼굴을 내비친 것이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였고, 이후 이 드라마 <다섯손가락>에 출연했다. 그의 안방극장 복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마약’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된 것이다.

“제대하고 바로 ‘나는 왕이로소이다’ 촬영할 때 저랑 친한 민규동 감독님이 지방까지 내려와서 응원을 해주었어요. 근데 ‘니가 코미디 연기를 해?’라며 깜짝 놀라는 거예요. 어릴 적부터 저의 외모를 보고 부잣집 아들일 것 같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이것 역시 저에게 씌워진 선입견들이죠. 당시 상황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억지로 좋은 이미지를 심기위해 하는 봉사활동 같은 건 안 할거예요. 저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좋은 연기를 통해 실수를 만회할거예요. 사랑에 보답하려면 아직 훨씬 더 무르익어야 하겠지만요.”

좋아하는 여성상을 묻자 시원시원한 대답이 돌아온다.

“고양이 같은 여자가 좋아요. 나 없이도 잘 사는 독립적인 여자요. ‘사랑’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게 아니라 사랑도 먹고 살아야 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안 먹고 사랑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틀만 밥 안주고 둘이 골방에 가두고 싶네요. (웃음)”

주지훈은 요즘 음악에도 푹 빠져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밴드 ‘제스터즈’, 배우 최강희와 함께 무대를 꾸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는 음악으로 자신을 푼다고 했다. 밴드를 하는 이유에 대해 “밴드 활동은 내가 작가고 내가 클라이언트고 내가 연출이다. 그리고 내 얘기를 할 수 있어 너무 재밌다”고 했다.

음악 얘기를 하는 동안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주지훈은 “내게 음악은 ‘일’이 아니라 ‘쉼’이기 때문에 차기작 전까지는 음악에 빠져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곧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할 기세였지만, 어쨌든 그는 배우다. 차기작을 물었다.“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 당시에 제가 느끼는 공감이예요. 복귀할 때 <나는 왕이로소이다> <다섯손가락>이 그랬어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어떤 감정이 ‘뭉칠 때’가 있는데 그때와 같은 마음을 가진 캐릭터가 들어오면 금상첨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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