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효순·미선양 사건’ 등 분노의 퍼포먼스

싸이 ‘반전 미군비난 랩’ 어떻기에…

이라크 포로 고문·민간인 학살 등에 감정 드러내

미국 현지에서 ‘반미 논란’에 휩싸인 노래는 2004년 신해철이 이끄는 밴드 넥스트가 발매한 5집 <개한민국>의 수록곡 ‘디어 아메리카’다.

이 노래는 당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넥스트 외에도 보컬로 당시 밴드 크래쉬의 안흥찬, 아레스의 정욱, 스키조의 허재훈, 피아의 요한이 참여했고 래퍼로는 프라임, 김진표, MC스나이퍼 그리고 싸이가 참여했다.

싸이는 이 노래 중 자신의 부분에서 “이라크 포로를 고문해댄 XXXX놈들과/고문하라고 시킨 XXXXX놈들의/딸내미, 애미, 며느리, 애비, 코쟁이 모두 죽여/아주 천천히 죽여 고통스럽게 죽여”라는 가사를 담았다. 이 노래가 나올 당시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고문과 민간인 학살 등으로 반전과 반미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와 더불어 2002년 경기도 양주에서 미군 장갑차 때문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신효순·심미선 양에 대한 명확한 사과와 올바른 대처를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이 뜨거웠던 시기였다.

싸이는 당시 ‘디어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포로 고문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또 이에 앞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효순·미선양이 사망한 당시에는 무대 공연 중 모형 장갑차를 내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효순·미선양 사고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싸이가 9일 발표한 해명에서 “사용했던 과도한 단어들로 인해 받은 상처에 대해서 영원히 죄송할 것”이라면서도 “8년 전 곡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당시 공감하고 있었던 반전시위의 일부로 이라크 전쟁 당시 포로가 돼 희생당했던 무고한 시민들 및 장갑차 사건으로 숨진 2명의 한국 여학생에 대한 깊은 애도 표출의 일부”였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당시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싸이 측 관계자도 “2002년 당시 시위는 반미가 아닌 반전 시위였고, 공연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과도한 단어를 통한 상처에 대한 사과”라고 싸이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싸이 측의 발빠른 해명과 사과에 미국 현지의 반응은 빠르게 수습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연예 매체 ‘E온라인’은 “싸이의 반미 행동은 과거 배우 기네스 펠트로나 조니 뎁이 미국을 비하했다 그대로 무마된 전례와 비교할 만하다”며 “다른 두 사람은 아무런 사과없이 끝난 것과 달리 싸이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수의 매체는 “반미 논란에도 지난 7일 템파 유니버시티몰에서 열린 공연에 싸이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팬이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한 팬은 MTV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에 “예술가는 정치인이 아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한 것에 사과할 필요는 없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아무도 그의 머리에 사과를 강요하며 총을 겨누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무슨 상관이야? 내겐 (그의) 노래와 춤이 더 중요해”라며 싸이의 현지 활동을 지지하는 글들도 잇따랐다.

CBS 방송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뮤지션을 초청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에는 백악관 만찬 행사에는 “평화를 위해 부시를 불태워라”라는 시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부었던 흑인 래퍼를 초대해 보수 진영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우려됐던 백악관 행사에서의 공연도 예정대로 열린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두 딸 샤샤와 말리아가 10일 워싱턴DC 국립건축박물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공연에 관례에 따라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케이블채널 TNT가 올해 31회째로 독점 주관하는 행사는 매년 12월 둘째 주 일요일에 미국 유명 인사들이 관람하는 가운데 열린다. TNT 측도 싸이의 참석을 재차 확인했다.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도 ‘싸이 초청 반대 청원’글을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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