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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사장 이참과 떠나는 별별 여행]산청 동의보감촌

땅의 기운 서린 거북바위 앞에서 내일을 꿈꾸다

“1979년부터 산청을 오갔지만, 특별히 애착을 갖게 된 것은 2008년부터다. 이후 2009년과 2011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일생일대의 큰 변화가 생겼고, 지금까지 1년에 2~3번은 방문한다. 산청은 지리산을 낀 청정자연과 함께 요모조모 볼거리·즐길거리가 많고 무엇보다 산청에 갔다 오면 몸과 마음,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경남 산청은 1000여종의 약초가 자생하는 청정 약초재배지다. 허준과 그의 스승 류의태, 초삼·초객 형제 등이 이곳에서 의술을 펼쳤고, 내년에는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9월10일~10월15일)가 열려 한의학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엑스포는 공중보건의학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국제행사다.

이참 사장은 “산청은 지리산을 낀 지자체 중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청정지역이 많고, 둘레길도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다. 또 천왕봉과 황매산 같은 명산을 품고 있고 유서 깊은 문화유적지가 많아 자연과 역사, 힐링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산청의 여러 명소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곳은 바로 동의보감촌이다. 지리산 천왕봉 능선 동북단 끄트머리 금서면 특리에 자리한 동의보감촌은 세계전통의약엑스포의 주무대다.

한방과 약초를 보고·듣고·체험할 수 있는 동의보감촌은 한방테마공원과 한의학박물관, 약초둘레길, 한의원, 탕제원 등을 갖추고 산약초타운과 한방 휴양림 등을 조성하고 있다.

2007년 개관한 한의학전문박물관은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제법 많다. 기획전시실, 입체영상실, 전통의학실, 세미나실, 약초전시실 등 주제별 7개의 공간에서 한방문화의 모든 것을 선보인다.

땅의 기운을 받은 거대한 거북 모양의 귀감석을 뒤로하고 이참 사장이 포즈를 취했다.

박물관 2층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훤하다. 국내 최초의 한방테마공원이 한눈에 잡힌다. 한방테마공원은 음양오행설과 인체형상을 바탕으로 한방을 테마로 한 공원이다. 샘골, 한방골, 명의동네, 건강동네, 놀이동네 등 5개의 테마로 나뉘고 곰과 호랑이, 대형 침(針) 조형물과 연못에 물 긷는 소녀상이 들어서 있다.

십장생 정원을 지나면 오행상생상극원과 12지신 광장. 식도를 타고 가다 심장과 폐, 간, 위, 콩팥, 소장, 방광지를 지나 호랑이 조형물을 만난다.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 만큼 잘 꾸며졌다.

하늘의 기운을 받는 석경.

동의보감촌은 한방과 관련된 시설 못지않게 기(氣)가 센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장이 동의보감촌을 손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왕산과 필봉산을 병풍처럼 두른 이곳에 기 체험장이 있다.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 민향식씨는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신선이 내려와 도를 전하는 자리’로, 필봉산과 왕산이 깃대봉처럼 우뚝하고 멀리 황매산이 엎드려 조아리는 형국이다. 혹자는 이곳 기운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최고의 터라고 극찬했고, 필봉산을 두고 영양 주실마을·담양 삼인산과 더불어 인물이 많이 나는 지역으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기가 몰려 있는 곳은 따로 있다. 등황전 뒤편 귀감석(龜鑑石)과 석경(石鏡)이다. 거대한 거북 모양의 귀감석은 땅의 기운을 받고, 봉황을 새긴 석경은 하늘의 기운을 받는 곳이란다.

이 사장은 “2008년 방문했을 때 산청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 이후 2009년 다시 방문해 귀감석에서 기 체험을 했는데 느낌이 좋았다. 온몸에 좋은 에너지가 흐르는 것 같았다. 기를 받고 온 다음날 청와대로부터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받았다. 지난해 방문했을 때는 1000만 외래관광객 돌파를 기원했는데, 올해 그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기 체험 후 효과를 본 사례는 적지 않다. 김희정 의원은 기 체험 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됐고, 김명호는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이재근 산청군수는 지난해 기 체험 후 엑스포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산청한의학박물관

민향식씨는 “주말이면 기 체험을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기 체험 후에 아이가 생겼다는 이들이 많았고, 승진이나 몸이 건강해진 사람도 수두룩하다. 진주 중앙중학교와 명신고등학교 검도부 학생들은 대회에 나가기 전에 꼭 들른다. 잠깐 동안의 체험이지만 효험은 분명 있다. 그만큼 이곳의 기운이 좋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촌 주변은 웰빙 먹거리도 유명하다. 산 좋고 물 좋은 청정지역에서 약초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산청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십전대보오리탕이다. 오리에 각종 약재를 넣어 탕으로 끓여먹는데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면 기운이 넘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도 ‘걷는 길’이 뚫렸다. 일명 ‘동의보감 순례길’이다. 동의보감촌에서 금서면 향양리까지 이어진다. 현재 14.1㎞는 개통됐고, 화계방향으로 3.9㎞를 조성 중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여름 가족과 함께 둘레길을 걸은 적이 있다. 당시 문화관광해설사가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4시간30분 걸렸다. 비가 온 날이라 더욱 힘들었지만 중간 중간 만나는 야생화와 대원사 계곡의 아름다움이 힘들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했다. 대원사에서는 주지 스님께서 간식과 약초물을 내어주시고 몇 병 싸주기도 했다. 둘레길을 걷고 나서 해발 800m 지점의 한 식당에서 먹은 산채정식은 정말 꿀맛이었다. 남사예담촌에서의 하룻밤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틈나는 대로 배낭 하나 둘러메고 ‘나홀로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전국을 일주했고, 자전거여행도 즐긴단다. 해외에 있는 아이들이 한국을 찾으면 가족여행도 빼놓지 않는다. 여행은 ‘창의력의 샘’이라는 그는 “여행길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재직 중에도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는 다 여행길에서 얻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지리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바뀐다”는 말이 있다. 해마다 지리산 언저리를 순회하는 이 사장은 명석한 두뇌에 지혜가 더해져 창의력이 불끈 솟나보다.

며칠 남지 않은 올 한해를 아내와 함께 명상과 가벼운 등반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이 사장은 “여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만큼 생산적인 활동도 드물다. 재충전과 자아성찰, 창의력 생산 등 개인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여유의 문화를 찾을 필요가 있다. ‘재밌는 여행’이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명의(名醫) 허준은 “약보다 음식이 낫고 음식보다는 걷는 게 낫다”고 했다. 좋은 약과 음식을 먹고 걷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동의보감촌을 둘러본 후 약초로 꾸린 밥상을 물리고 둘레길로 든다. 이보다 더 호사스러운 여행이 어디 있을까.

▲귀띔… 약초버섯전골·피라찜 별미

■찾아가는 길:대전·통영 고속도로 산청IC에서 우회전해 금서면 화계 방향으로 10분쯤 가면 왼쪽에 동의보감촌이 있다.

■주변 볼거리:지리산 천왕봉, 구형왕릉, 남명 조식유적지, 목면시배지, 성철대종사생가, 생초국제조각공원, 황매산영화주제공원, 대원사, 거림계곡, 정취암 등

■맛집:산청한의학박물관 입구에 자리한 약초와 버섯골식당(055-973-4479)은 온갖 약초·산나물과 함께 쇠고기를 데쳐 먹는 약초버섯전골이 유명하다. 또 흑돼지와 누렁이(055-973-8289)는 흑돼지가 맛있고, 물레방아식당(055-972-8290)에서는 경천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찜으로 내놓는 피라찜이 별미다. 이외에 우천정(한방영양돌솥밥, 055-974-3800), 지리산약두부(약두부보쌈, 055-974-0288) 등

■지리산 둘레길:(5코스, 11.9㎞)함양 동강마을-금서면 수철마을, (6코스, 13.6㎞)금서면 수철마을-어천마을, (7코스, 11.3㎞)어천마을-운리마을, (9코스, 10.3㎞)사리마을-하동군 옥종면 위태리

■숙박:남사예담촌(055-972-5575)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대원사(055-974-1112)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단속사지 인근에는 펜션이 많다. 이외에 경상남도자연학습원(055-972-1001), 지리산청소년수련원(055-974-1100), 신세계리조트(055-973-8894), 지리산통나무산장(055-973-0666), 지리산덕산관광휴양지(055-973-7713) 등

■문의:산청군청 문화관광과 (055)970-6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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