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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박해진 “서영이, 실제 내 얘기”

“잃어버린 3년, 연기가 약이네요”

KBS2 주말극 <내 딸 서영이>(극본 소현경, 연출 유현기)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시청률 30%를 넘은 이후 지난 주에는 40.2%(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해 ‘국민 드라마’ 기준으로 불리는 40%도 넘어섰다. 아직 갈등 구조가 본격화하기 전이라, 지난해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실패한 50% 돌파를 미리 점치는 이들도 있다.

연을 끊은 부녀, 출생의 비밀, 부부 갈등 등 무거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내 딸 서영이>가 시청률 고공 행진을 하는 데는 분위기를 중화하는 캐릭터들의 역할이 컸다. 철부지 가장 역을 맡은 홍요섭과 극중 따뜻한 성격의 박해진 등이 그들이다.

특히 박해진(32)은 3년 만에 돌아온 안방극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맡은 역은 종합병원 내과 레지던트로, 차분하면서도 맑은 성격의 이상우 역이다. 그의 쌍둥이 누나 이서영(이보영)은 무능한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와 연을 끊고 산다. 이상우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살갑게 대하지만 아버지를 저버린 누나에게만은 차갑다. 최근에는 일편단심 자신만 짝사랑하던 최호정(최윤영)과 결혼해 신접살림을 꾸렸다.

▲병역논란뒤 새 소속사 찾는데만 1년 반
되찾은 안방팬 사랑에 추운줄도 몰라
난 ‘서영이’ 같은 아들…연기하면서도 아파요

“서영이가 고민이 많고 어두운 성격이라면 상우는 반대의 면을 갖고 있죠. 실로 극중의 상황이라면 한 사람이 서영이의 성격이 되면, 다른 한 명은 상우가 돼야 해요. “왜 누나에게 그리 차갑게 대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어쩔 수 없어요. 상우가 모질지 않으면 서영이는 마음이 흔들리겠죠. 서영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행동 같아요.”

<내 딸 서영이> 흥행의 원인으로 소현경 작가의 빠른 이야기 전개, 배우들의 차진 연기 등이 꼽힌다. 그런데 박해진은 ‘추운 날씨’도 꼽았다. 연일 영하 10도대의 추위가 주말에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한다는 것이다. 추위를 유독 타는 박해진은 야외 장면을 찍을 때는 핫팩 십수 개로 중무장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더 추워져라, 추워져라”하고 버릇처럼 되뇐다.

“제가 유독 겨울하곤 악연이 있어요. 데뷔작 <소문난 칠공주> 때도 추웠고, <에덴의 동쪽> 찍을 때는 차문이 얼어 창문을 깨고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이 정말 제일 추운 것 같아요. 옷감 알레르기가 있어 옷을 많이 껴입지도 못해 더 추워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청률이 오르면 기뻐서 힘든 줄도 모릅니다.”

그는 2006년 KBS2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이태란을 짝사랑하는 연하남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9년까지는 조금씩 인지도를 올렸다. 하지만 2010년 병역 면제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면제받았지만, 의혹이 불거졌다. 전 소속사와 갈등도 그를 힘들게 했다. 병역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기댈 수 있는 소속사를 찾는 데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어려울 때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팬이었다. 그는 <첸더더의 결혼이야기> <또 다른 찬란한 인생> <애상사자좌> 등의 중국 드라마로 중화권 팬들을 대거 확보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잡은 작품이기에 그에게 <내 딸 서영이>는 큰 의미가 있다.

“합법적인 과정을 거쳤지만 어쨌든 군 면제로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결국 배우도 신뢰를 줘야 하는 직업인데, 그렇지 못하다면 그만 둬야 하나 고민도 많았죠. 가족이 힘이 많이 됐어요. 다행히 소현경 작가가 불러줬고,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상우 역을 할 수 있었어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줄거리는 박해진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실제 그는 극중 상우보다는 서영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했고 아직도 아버지와는 어색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극중 아버지 편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박해진에게는 마음이 아프다. 좋은 연기를 위해서라도 그는 가족에게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많은 분들이 ‘3년 만의 연기인데 왜 또 주말극이냐, 다른 역할을 해보지 않느냐’고 하세요. 일단 박해진이라는 배우가 아직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낯선 모습보다는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제 자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상우와 성격이 닮았단다. 주변의 날카로운 말에 마음을 다치고, 그렇게 쌓인 상처 때문에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속내를 내보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런 그에게 <내 딸 서영이> 출연은 많은 힐링이 됐다. 지나가다 만나는 시청자들의 살가운 반응에 더욱 힘을 얻는다. 다음에는 몸을 쓰는 액션, 형사물 등이나 능글맞은 바람둥이 등으로 연기 폭을 넓혀볼 생각이다.

“제가 하는 작품이 다 길었어요. <소문난 칠공주>가 80회, <하늘만큼 땅만큼>도 160부작에 가까웠죠. KBS2 주말극이 안정된 시청률을 갖고 있다지만,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잃을 것이 많을 수도 있죠. 고민은 많았지만 상우를 연기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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