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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뮤지스 “우린 목욕탕도 함께 가요”

2010년 데뷔한 여성그룹 ‘나인뮤지스’는 색깔 진한 팀이다. 국내에서 콘셉트가 겹치는 팀은 사실상 없다. 데뷔 후 자기 영역을 확고히 다지더니 지난해부턴 차츰 대외로 발을 뻗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법 이름값을 높여놓았다.

나인뮤지스가 거둔 성과는 여러 군데서 찾아볼 수 있다. 국군 장병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해서 일명 ‘군통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워터파크 ‘웅진 플레이’, 화장품 ‘미즈온’, 의류 ‘카파’, 게임 ‘엠스타온라인’, 휴대폰 ‘갤럭시3 올림픽편’ 등 다양한 업체로부터 차례로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안경 브랜드 ‘허그오자와’의 모델로 발탁됐다.

“이제야 다시 나인뮤지스가 됐네요!”(이샘·26)

2010년 데뷔할 때만해도 멤버 수는 아홉이었다. 그래서 팀명에도 ‘나인’(9)이란 숫자가 들어갔다.

이후 멤버들이 들고 났다. 2년전 활동에선 7명이었고, 지난해 다시 8명이 됐다가 최근 신보 발표 전 9명으로 구색을 맞췄다. 엄밀히 말하면 ‘세븐뮤지스’, ‘에이트뮤지스’ 이렇게 써야하지만, 그렇다고 팀명 자체를 고무줄처럼 늘이고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나인뮤지스’에 합류한 새 멤버는 손성아(24)다. 부모를 따라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로 이민 가 살다 중학교 2학년때에 귀국했다. 맨발로 작살을 든 채 매일같이 해안가를 뛰어다닌, 외모 좋은 ‘말괄량이’였다고 한다. 어른이 되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가무잡잡한데 “이 마저 많이 하얘진 것”이라며 웃는다. 그는 “계사년에 뱀띠 태생인 제가 합류했으니 ‘나뮤’(나인뮤지스의 준말)가 더 승승장구 것”이라고 말했다.

나인뮤지스는 조각 당시부터 정해진 신장 조건이 있었다. 모두 키가 170㎝ 이상이어야 했다. 시원한 패션감에, 건강미 넘치는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슈퍼모델대회 대상 수상자 2명이 영입되고, 힘깨나 쓴다는 패션 모델들이 속속 팀원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걸어다니면 주변 남자들은 “누구냐”며 웅성거리기 일쑤였다. 시선을 끄는 데는 애초부터 탁월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초반기 활동은 수월치 않았다. 외양을 우선한다고 여겨지면서, 무대는 자주 평가절하됐다. 이샘은 “초반에는 ‘듣보잡’(들어보지 못한 이를 비하해서 이르는 말)처럼 여겨지곤 했다”며 “모두 이를 악물고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한 뒤에야 사람들의 귀와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소속사는 걸그룹 쥬얼리를 배출한 ‘스타제국’으로, 안무가와 무대에 필요한 적절한 방식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 내내 빠듯한 연습 스케줄이 채워졌다. 민하(22)는 “똘똘 뭉치고 의기투합하니 차츰 팀 분위기도 좋아지고, 대중과도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이들의 음악에 있었다. ‘미스터’ ‘록유’ ‘허니’ 등 걸그룹 카라의 히트곡을 모조리 썼던 작곡가 팀 스윗튠이 지난해부터 ‘나인뮤지스’를 주목했다. 지난해 초반부터 나온 나인뮤지스의 타이틀곡은 모두 스윗튠의 작품이다. 노래에는 색다른 장르의 사운드가 자주 들어서고, 크고 작은 시도가 매 음원마다 이뤄졌다. 나인뮤지스가 변했다는 이야기가 솔솔 풍겨나왔다.

혜미(22)는 “노력한 딱 그 만큼 좋은 댓글을 얻었다”며 “여성 팬분들로부터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그 점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이 악기를 배우고 있고, 일부가 작곡과 랩을 따로 시간내 익히고 있는 중이다.

위기를 딛고 일어선 팀이라 팀웍이 확실히 단단하다. 다닐 때마다 왁자지껄한 수다를 늘어놓는다. 멤버들은 “합숙을 하지 않는 팀이라서 더욱 친분이 좋다”라고도 했다. 멤버 은지(25)는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모두 성인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것으로 지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모두가 합숙을 하지 않는 점을 긍정적으로 여겼다. 아침 일찍 각자의 집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헤어숍에 모인다. 너무 밤이 늦으면 매니저들이 각자 자택으로 바래다 준다. 멤버 이샘은 “매니저 오빠들이 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함께 지내는 외국 일정이라도 있으면 MT를 온 양 좋아 숨바꼭질을 하며 논다고 했다. 같이 모여 목욕탕도 자주 들린다.

새 앨범은 다시 한발짝 더 나아갔다. 가상 악기가 만들어낸 소리는 빠지고, 전자 기타와 베이스 등 밴드 사운드가 앨범 전체를 가로 지른다. 홍준호 기타리스트, 이태윤 베이시스트 등 연주력 좋은 이들이 사운드를 입혔다. 그렇게 해서 나온 타이틀곡 ‘돌스’는 매우 역동적이다. 또다른 노래 ‘쳐다만 봐’도 생동감이 있다.

여성 팬들의 환호 소리도 높아졌지만, 역시 군인 팬들의 성화가 든든하다. 금연 캠페인, 현역병 모집, 전우마라톤 등 국방부 행사의 모델은 나인뮤지스에게 주로 돌아간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반향이 있다.

“아직 이룰 게 많습니다. 올해는 팀 외에도 멤버 각자가 빛나는 한 해가 되고 싶습니다. 각자도 매력적이니 꼭 지켜봐주세요.”(경리·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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