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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극 치열한 눈치작전… 이게 다 ‘마의’ 때문?

“입사 이후 첫 방송부터 이렇게 치열하게 접전을 펼치는 경우는 처음 겪어 봅니다.”

KBS 신임 이강현 드라마국장은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혀를 내둘렀다. 방송만 25년을 넘게 한 베테랑 PD 출신인 그가 고충을 토로할 정도로 현재 안방극장 지상파 3사의 수목극 맞대결은 ‘점입가경’이다.

KBS2의 새 수목극 <아이리스2>(극본 조규원, 연출 표민수·김태훈)와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이하 그 겨울)가 지난 13일 동시에 방송을 시작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 방송 중이던 MBC <7급 공무원>(극본 천성일, 연출 김상협·오현중) 역시 시청자층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시청률은 곧 광고수익
완판땐 주말극보다 훨씬 높아

▲ 170억 투자한 ‘아이리스2’ 성공 위해
KBS, ‘마의’와 대결 피해 편성
SBS·MBC는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집계 결과 첫 방송이 전국가구기준으로 <아이리스2>(14.4%)-<그 겨울>(12.8%·연속 방송 2회 기준)-<7급 공무원>(12.7%)순, 둘째날 14일 방송이 <아이리스2> <그 겨울>(각 12.4%)-<7급 공무원>(12.1%)순으로 순위가 나왔다.

보통 지상파 방송사 수목극 맞대결의 경우 첫 방송 이후 어느 정도 판세를 예상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두 번째 날 시청률도 ‘초접전’ 상태라 쉽게 어느 한 드라마의 우위를 밝히기 힘들다.

MBC ‘7급 공무원’

특히 <아이리스2>와 <그 겨울>의 경쟁 의식은 정규편성도 바꿀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 겨울>을 방송하는 SBS 측은 방송 전날 기습적으로 1~2회 연속 편성을 발표하고 13일 강행했다. KBS 드라마국은 즉각 대응했다. KBS 측은 이날 오후 11시 <아이리스2> 후속으로 예정됐던 <추적 60분>을 결방하고 영화 <고지전>으로 맞대응을 했다.

MBC도 <7급 공무원>을 74분, 73분 방송을 내보내 지상파 3사가 맺었던 ‘72분 룰’을 깨기도 했다. ‘72분 룰’은 지난 2008년 지상파 3사 드라마국장들이 모여 드라마 회당 방송 시간을 72분 이내로 제한하자는 ‘자율 규제’안이다. 방송사 공정 경쟁과 제작 여건악화를 막기 위한 약속이었지만 치열한 수목드라마 경쟁이 자율규제 역시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지상파 3사의 눈치작전이 극에 달하는 이유는 수목드라마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가운데 규모나 캐스팅에 가장 신경을 쓰는 시간대가 월~목 평일 10시대다. 보통 앞뒤로 모두 36개의 광고를 붙일 수 있는 72분물 미니시리즈는 다 판매될 경우 회당 4억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방송사에 가져다 준다. 이는 회당 24개의 광고를 팔아 완판될 경우 3억원 정도의 수익이 나는 주말극보다 훨씬 많다.

KBS ‘아이리스2’

지상파 방송사는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각 방송사의 전략 차이도 편성에 조금씩 영향을 준다. 대대로 KBS의 경우에는 월화극에 현대극을, 수목극으로 사극이나 시대물을 편성해왔다. MBC의 경우는 오히려 반대로 월화극이 사극이나 시대물, 수목극이 현대물 차지였다. SBS의 경우에도 수목극이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의 드라마를 편성하는 기간이다. 시청층이 다른 사극과 현대극을 서로 엇갈려 편성함으로써 맞대응을 피하려는 계산도 작용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리스2>는 제작비 170억원을 쏟아부어 제작한 KBS의 야심작이다. 3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전편의 명성도 기대치를 높였다. 항간에는 “KBS가 MBC의 <마의>를 피해 수목극 자리에 <아이리스2>를 넣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경을 쓴 작품이다. 결국 이들의 맞대결은 이렇게 성사됐고 극심한 눈치작전으로 이어졌다.

SBS 드라마국 김영섭 총괄 책임프로듀서는 “지상파 3사는 기본적으로 동반자적 관계이긴 하지만 각각의 작품에 있어서는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그 겨울>의 연속 편성은 편성 횟수를 제한한 규정이 없으므로 개별 방송사의 편성 전략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드라마국 이강현 국장은 “KBS는 시간을 늘리거나 변칙 편성을 하지 않겠다”며 “드라마 내용과 공정한 경쟁으로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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