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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윤영승 “선배 정대세와 대결 기대돼요”

K리그 도전 또 한명의 ‘자이니치’

“정대세와 맞대결 기대된다.” 지난달 프로축구 수원 삼성에 입단한 ‘인민루니’ 정대세(29)와의 대결을 기다리는 또 한 명의 재일교포, 즉 ‘자이니치(在日)’ 선수가 있다.

지난 연말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번외 지명으로 대구 FC 유니폼을 입은 윤영승(22·사진)은 일본 도쿄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부모와 2남3녀인 형제들이 모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나고야 출신 재일교포 3세인 정대세와는 도쿄 조선대 동문, 윤영승이 7년 후배다. 포지션은 똑같이 공격수다.

▲ 축구명문 도쿄 조선대 동문
“대세형은 교포사회 스타… 꼭 만나보고 싶었죠”
아르헨 유소년팀서 한국행 “K리그는 내 꿈의 무대”

정대세처럼 국내팬에게 잘 알려진 스타는 아니지만 축구 실력만큼은 고교 시절부터 이미 인정을 받았다. 도쿄 조선고 시절 순간적인 스피드와 예리한 돌파력, 빈 공간을 파고드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하이센스 스코어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축구 명문 도쿄 조선대에 입학한 윤영승은 일본 J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2학년 진학을 앞두고 돌연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인데펜디엔터가 입단 테스트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비를 털어 무작정 아르헨티나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떨어졌으면 실망이 컸을 텐데 운좋게 합격했고, 외국인 유소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1년6개월간 남미 축구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계약 당시 연습경기에서 3골을 터트려 단박에 합격점을 받은 윤영승은 이후에도 남미 특유의 세밀하고 빠른 축구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쑥쑥 커갔다.

‘계속 아르헨티나에 남을까’를 고민할 때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구 FC가 공개 테스트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윤영승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귀국 가방을 쌌다.

“‘나는 한국사람이다’란 생각을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늘 한국을 동경했고 꿈꿔왔지요. 기회가 되면 꼭 한국에서 뛰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축구를 하겠다고 하자 그의 부모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제주도 출신인 할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살아온 아버지는 아들이 K리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단꿈에 젖어 지냈다고 한다.

간절히 바랐던 꿈은 결국 이루어졌다. 두 달 뒤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구는 테스트를 통해 눈여겨본 윤영승을 전격 발탁했다.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는 윤영승은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셨는데, 아직도 가끔 실감이 안 납니다”라고 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동계훈련을 마친 윤영승은 새 시즌을 무척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정대세와의 맞대결이 가장 설렌다.

“대세 형이 수원에 입단했을 때 교포 사회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형은 워낙 유명하고 굉장한 선수입니다. 저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같은 대학을 나왔지만 나이 차가 있어서 직접 만나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정대세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VfL 보훔, FC쾰른 등 독일에서 경험한 축구 얘기를 맨 먼저 들어보고 싶다.

같은 재일교포 3세 축구선수인데, 정대세에만 쏠린 팬들의 관심이 부럽지는 않을까.

“형은 월드컵에도 나가고, 유럽에서도 뛰었습니다. 무척 부럽고, 닮고 싶은 부분이지요. 저도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아직은 한국이 많이 낯설지만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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