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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인터뷰①] “난 타고난게 절반, 노력이 절반”

“노력 절반, 타고 난 것 절반이 아닐까요.”

20개월 공백 이후 고심 끝에 결심한 현역 복귀. “내가 오래 해온 게,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게 피겨”라는 생각으로 결정한 컴백은 눈빛처럼 찬란한 결실을 맺었다.

4년 만에 다시 맛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압도적인 성적으로 다시 한번 세계정상에 선 김연아(23)는 “타고 난 점도 있지만, 그 타고난 재능을 살리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힘든 훈련을 이겨낸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며 밝게 웃었다. 김연아는 18일 캐나다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피겨세계선수권대회 갈라쇼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꾸밈없은 표정과 솔직한 말로 그간 심경을 밝혔다. 우승 후라 그런지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고 목소리도 경쾌했다.

김연아는 스스로 자기 기량은 타고난 것 반, 노력 반이 합쳐진 결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타고난 게 많아도 노력하지 않는 선수도 있고 타고난 게 적어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도 있다”면서 “나는 타고난 게 절반, 노력이 절반이며 그 타고난 재능을 찾아서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내가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해도 훈련을 덜 하면 불안해진다”면서 “연습을 철저하게 해서 자신감이 생기면 불안하지 않고 실전에서도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연아의 우승으로 한국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에 선수 3명을 출전할 자격을 얻었다. 김연아는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이라는 걸 미리 경험하는 건 큰 도움이 된다”면서 “후배들은 나보다는 조금 덜 힘들게 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연아는 강도높은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연아는 “지금 후배들은 나보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데 너무 우물한 개구리처럼 보인다”면서 “때로는 스파르타식 훈련도 필요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쇼트프로그램 롱에지 판정은 어땠나.

“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솔직히 짜증은 나지만 너무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기록 스포츠가 아니어서 개개인의 차이도 있고 심판마다 차이도 있기 때문에…. 점수가 그렇게 나온 것을 바꿀 수는 없는 거니까 그때는 무시하는 쪽이었습니다. 쇼트 1위 했고 제가 할 수 있는 것 다 했으니까 후회 없이 했고 심판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프리를 잘하자 생각했어요. 이제 와서 신경을 써서 에지를 한다든가, 그러다가 실수할 수 있으니까 다른 걸 완전히 다 무시해버리자고….”

-예전과는 달리 시상식 때 여유가 느껴졌다.

“우선 연습 때 클린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실전에서 안 나오면 진짜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했어요. 연습에서 그렇게 잘했는데 중요한 건 딱 한번의 기회인데 실수해버리면 억울할 것 같다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연습에서 많이 했던 것을 대회에서 하게 돼서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부담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시합에서 클린했구나 라는 게 놀랍기도 했지만 반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상식 때) 울먹이지 않았는데 울먹였다고 하던데…. 그냥 화장을 지우던 것이었는데….”

-연습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실전에서 김연아처럼 잘하는 선수는 드물다.

“그동안 대회를 많이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연습한대로 연습한 만큼이 실전에 나오는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선수들이 멘탈이 약한 선수가 아니라면 연습한 만큼 나온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전에서 차분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수 없이 잘한 것 같고….”

-노력이 얼마나 차지하는 것 같냐

“반반인 것 같아요. 타고난 것 반, 노력 반. 타고 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솔직히 주변을 보면 ‘아, 내가 타고났나 보다’하고 생각해요. 저보다 노력하는 선수도 있고 저보다 연습하는 선수도 있는데 타고난 것 같긴 해요. 어린 선수들도 재능이 너무 많은데 그걸 모르고 노력을 안하고 그러다보면 아무도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난 타고난 것을 뒷받침하려고 노력을 하려 한다. 굳이 따지자면 반반인 것 같아요.”

-강심장인 것 같은데….

“저도 제 상황에 따라 다른데, 제가 컨디션이 안좋거나 준비가 덜 됐다 싶으면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올림픽 시즌 중에 그랑프리에서 말아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제가 그 대회를 가기 전에 체해서 아파서 점프도 안되고 그 상태로 나갔는데…. 제 자신이 준비가 되지 않은 걸 아니까 불안하고 긴장되고 그러면 그게 시합 때 바로 나오는 것 같아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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