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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히로시마 팬들의 ‘욱일승천기’ 시선은 달랐다

“일부 우라와 팬들의 잘못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만난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의 팬들은 최근 한·일축구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욱일승천기 문제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설명했다. 일부 우라와 레즈 팬들의 행동이 일본 축구팬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히로시마를 응원하러 포항을 찾은 마쓰다 야쓰오(34)는 우라와를 ‘별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범한 팬들은 그런 깃발을 들고다니지 않는다”며 “우라와를 응원하는 이들 중 일부가 정치적인 어필을 즐겨 생기는 문제이다. 우리가 볼 땐 참으로 큰 실례”라고 말했다.

FC 서울 고요한(왼쪽)이 10일 일본 센다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베갈타 센다이전에서 볼을 따내기 위해 상대 수비수 카마타와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센다이|사진공동취재단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한국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일본인들이 잘 모른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히로시마 팬인 우라노 다카시(36)는 “욱일승천기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일본 사람은 드물다”면서 “제국주의시대 때 쓴 깃발이라고 아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그건 역사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역사교육은 자국에 부정적인 내용을 빼거나 미화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 일본인들도 욱일승천기를 단순히 자위대를 상징하는 깃발로만 의식하고 있다.

최근 욱일승천기와 관련된 기사가 자주 나오면서 일본인들도 조금씩 진짜 의미를 알기 시작했다는 게 히로시마 서포터스의 말이다. 우라노는 “아직까지는 인지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경기장을 찾은 히로시마 팬 50여명의 짐에선 욱일기와 관련된 물품이 발견되지 않았다. 히로시마 구단을 응원하는 깃발과 일장기가 전부였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욱일승천기 논란으로 평소보다 많은 인력(30명)을 배치했는데,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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