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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피칭 류현진, 3가지 승부수 통했다

좀처럼 틈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투구였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미국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호투였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26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3안타 3볼넷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삼진은 8개를 잡아냈고, 투구수는 109개였다. 이닝과 투구수 모두 올 시즌 최고였다. 다저스 타선이 8회까지 1득점에 그치면서 시즌 3승에 또 실패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저스는 9회초 안드레 이디어와 후안 유리베의 적시타로 2점을 뽑아 3-2로 승리했다.

지난 볼티모어전에서 낮은 코스 제구에 애를 먹었던 류현진은 이날은 거의 실투 없이 대부분의 공이 낮게 제구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 동안 바깥쪽 승부를 즐겨했던 류현진은 이날 만큼은 몸쪽 승부도 서슴없이 펼쳤다. 그 동안 류현진은 몸쪽 공에 인색한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의식해 바깥쪽 승부만을 펼쳐왔는데, 바깥쪽과 몸쪽을 번갈아 파고드는 칼날 제구력에 메츠 타자들도 두손을 들었다.

류현진이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가져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살아난 ‘직구’였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열렸던 볼티모어 원정에서 직구가 142~143㎞대에 머물렀다. 직구에 힘이 없다보니 힘 좋은 볼티모어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8㎞까지 나왔으며, 평균으로도 145~146㎞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1회 2사 후 메츠의 중심타자인 데이빗 라이트를 상대로 145㎞짜리 몸쪽 직구를 꽂아 넣어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못하게 하고 삼진을 잡아낸 것이 대표적이었다.

몸쪽 승부와 살아난 직구에 류현진을 돋보이게 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유리한 카운트싸움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27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그 중 20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비율로 따지면 무려 74.1%에 달했다. 초구부터 대단히 공격적인 피칭으로 몰아붙이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1회 2사부터 3회 2사까지는 7연속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기도 했다.

류현진의 이날 호투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다저스는 전날 메츠와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며 불펜을 많이 소모하고도 역전패를 당해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류현진이 긴 이닝을 소화해주면서 불펜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승리도 따낼 수 있었다. 또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다저스는 올 시즌 류현진이 등판한 5경기에서 3승 2패를 기록 중인데, 그 중 2승이 패한 다음날에 나왔다. 나머지 1승도 연승을 달리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는 막아주는 ‘에이스’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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