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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의 저주 있다? 없다?

1920년, 메이저리그 구단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와 트레이드로 핵심 타자 베이브 루스를 떠나보냈다.

그 뒤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에 계속 실패했고, 양키스는 그해 홈런왕에 오른 루스의 활약을 발판으로 이후 밥 먹듯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는 명문 구단이 됐다.

보스턴 팬들은 구단을 원망하며 루스의 애칭에 빗대 ‘밤비노의 저주’라고 불렀고, 보스턴은 2004년에야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며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SK 김상현

요즘 프로야구에도 ‘밤비노’가 있다. KIA에서 SK로 이적한 김상현(33)이다.

김상현은 지난 6일 발표된 KIA-SK 트레이드를 통해 투수 송은범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후 KIA가 갑작스러운 타격 부진으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5연패에 빠지면서 ‘김상현의 저주’라는 말이 돌고 있다.

KIA가 14일부터 광주에서 열리는 SK와의 3연전을 통해 그 저주의 실체를 확인한다.

지난 6일 김상현-송은범을 맞바꾼 ‘빅딜’ 이후 일주일 만에 양 팀이 정면승부를 펼치게 됐다. 둘의 활약과 3연전 결과에 따라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겠지만, 핵심은 KIA와 김상현이다.

김상현은 KIA를 떠나며 서운함을 느꼈다. 그러나 “SK에 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다고 하니 나한테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SK 이적을 그리 나쁘지 않게 받아들였다.

다만 절묘한 상황과 타이밍이 선수를 떠나보낸 팀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SK로 가기 전 김상현의 성적은 타율 2할2푼2리(72타수 16안타)로 그리 좋지 않았다. 외야수 김주찬이 합류하면서 타선 경쟁이 불붙었고, 나지완이 4번 자리를 꿰차면서 김상현은 이범호-나지완-최희섭에게 중심타선을 내줬다. 시즌 초반에는 타격감을 찾지 못해 벤치를 지키다 4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출전했다. 김상현이 6번타자로 가세하면서 이범호-나지완-최희섭-김상현으로 이어진 중심타선이 상대 투수에게 주는 위압감이 확실히 달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상현이 나가자마자 KIA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최희섭(13타수 2안타) 나지완(16타수 3안타) 이범호(18타수 3안타) 등 중심타선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5경기에서 팀 타율이 1할7푼8리로 9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1할대에 머물렀다.

일주일 만에 1위에서 4위로 떨어져 버린 KIA는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할 외나무다리에서 SK와 김상현을 만났다.

김상현은 SK 이적 후 6경기에서 21타수 4안타를 쳤다. 첫날인 7일 두산전에서 2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로 폭발했지만 이후로는 거의 침묵하고 있다.

고비에서 서로를 만났다. 말 많던 트레이드 손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KIA에는 SK 김상현과의 만남 결과에 따라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KIA가 SK와의 3연전에서 연패를 끊고 활기를 찾으면 트레이드와 관련된 비난 여론도 싹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더구나 김상현에게 한 방이라도 맞고 연패의 늪을 헤맨다면 껄끄러운 ‘김상현의 저주’라는 말을 계속 들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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