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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한다’ 연기파 배우 정인기

“개성 넘치는 인물 연기, 단편·독립영화 매력이죠”

‘연기파’ 배우 정인기(46)는 독립·단편영화에 유독 많이 출연했다. 100여 편의 출연작 중 독립·단편영화가 40여 편이나 된다. 이 가운데 <순환선>(2012) <부서진 밤>(2011) <불법주차>(2006) <미성년자 관람불가>(2005) 등은 칸·베를린·아시아나·미쟝센영화제 수상작이다. 2011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는 그의 특별전이 마련됐다. 그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구미호>(1994)로 데뷔했다. <주리>(2012)에 이어 독립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이 상영중이고 흥행 기대작 <미스터 고> <더 파이브> <협상종결자>(가제) 등이 개봉될 예정이다.

마을 주민 ‘도깨비’,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독립영화 감독. 정인기가 성미산마을 마을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감독 강석필)과 단편 <주리>(감독 김동호)에서 맡은 인물이다. 일상의 정인기와 배우 정인기의 면면을 읽을 수 있다.

▲ 고2때 성당 성극 출연 계기 배우의 꿈
서울예전 졸업 후 연극무대 올라
‘구미호’로 영화데뷔 30만원 받고 깜짝

▲ 2009년 ‘백야행’이후 장편 많아져
칸·베를린·아시아나영화제 수상
3대 국제영화제 장식 배우로 소개하죠 ^^

-성미산마을에서 호칭이 ‘도깨비’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각자 별칭을 갖고 있다. 서로를 이름이 아닌 이 별칭으로 부른다. 나는 ‘도깨비’, 고창석은 ‘뚝이’, <7번방의 선물>에 간수로 출연한 박길수는 ‘꿩박’이고 강석필 감독은 ‘맥가이버’다.”

-‘동네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재작년 11월에 ‘마을배움@네트워크 판’에서 기타를 배웠다. 그리고 박길수와 듀엣(도깨비와 꿩박)을 결성, 성미산마을 행사의 식전 무대에 오르고 두어 달에 한 번 정도로 공연도 갖고 있다. ‘쑥쑥 커라’ ‘아름답도다’ ‘그대는 꿩’ 등 나와 길수가 만든 노래로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피로를 씻고 활력을 얻는다.”

성미산마을은 서울의 제1호 마을공동체다. 주민들은 1994년 공동 육아를 위한 마을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학교·소비자협동조합·식당·라디오방송국·카페·병원·극장 등을 설립하고 합창단 등도 만들어 함께하는 삶을 나누고 있다. <춤추는 숲>은 2010년에 닥친 마을 최대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0인 합창단 연습 장면에 잠깐 나온다.

“장훈 감독의 <고지전>과 일정이 겹쳐 <춤추는 숲>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이를 만회하는 일환으로 고창석 부녀와 함께 예고편에서는 전력을 다했다. 이 예고편은 역시 마을 주민인 <고지전>의 김우형 촬영감독이 찍었다.”

정인기는 <춤추는 숲>에 앞서 단편 <주리>로 주목받았다. <주리>는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 과정을 다뤘다. 개성이 제 각각인 다섯 심사위원(안성기·강수연·토니 레인즈·도미야마 가츠에) 사이에 벌어지는 수상작 선정 과정의 해프닝을 흥미롭게 극화했다. 정인기는 신출내기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관록의 월드스타 강수연에게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가 혼줄이 나는 인물로 나왔다. 지난해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인 이 영화는 이후 극장에서 개봉, 1319명(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관람하는 단편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배우로서 상을 처음으로 받은 데가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다. <미성년자 관람불가>(감독 박신우)로 2005년 제3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받았다. 그리고 <주리>에서 쟁쟁한 분들과 호흡을 맞췄고, 제10회 영화제에 실제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단편에 열정을 기울여온 데 대해 긍지와 보람을 느꼈다.”

-3대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고 한다.

“박중훈 선배가 제10회 영화제 때 3대 국제영화제로 칸, 베를린, 그리고 아시아나를 꼽아 객석의 갈채를 끌어냈다. 이 말을 써먹고 있다.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아시아나, 그리고 <부서진 밤>(감독 양효주)이 2011년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순환선>(감독 신수원)이 2012년 제6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해 3대 국제영화제를 장식한 배우라고 소개하고는 한다.”

-배우는 언제부터 꿈꿨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망했다. 친구 따라 다니기 시작한 성당에서 올린 성극에 의사로 출연하면서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객석의 반응도 좋았고. 1986년 서울예전(현 서울예대)에 입학, 연극을 전공했다. 졸업(1990) 후 연극무대에서 활동했다.”

정인기는 극단 ‘현장’에서 박철민 등과 고락을 함께했다. 동네에서 빈병을 모아 차비를 마련한 적도 있고 기술을 배워 도배하러 다닐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로 이겨냈다. 당시에 또래의 연극배우로는 극단 ‘한강’의 정진영·김의성 등이 있다.

-박헌수 감독의 <구미호>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영화사 신씨네 사무실이 극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남자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면서 ‘영화 연기 경험을 쌓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주변 권유에 오디션을 보고 ‘저승사자’로 출연했다. 무대에 그렇게 많이 섰는데 카메라 앞에 서니까 어찌나 긴장되는지, 첫 촬영 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출연료가 얼마였는지 기억하나.

“60만원이다. 2회차 촬영을 가졌는데 회차별로 30만원, 총 60만원을 받았다. 그때 극단에서 받는 돈이 월 3만원 정도였다. 봉투를 열었을 때 30만원이 든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천안으로 <심봉사 코끼리를 보다> 지방 공연을 가는 내내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장편보다 단편에 주력했다.

“장편은 출연이 쉽지 않은 데에다 단역이어서 연기력을 보여주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2002·감독 신재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목사와 형사, 두 인물을 맡았는데 이를 보고 권칠인 감독이 ‘발견의 즐거움을 느꼈다면’서 <싱글즈>(2003)에 뽑아줬다. 조연급 ‘주방장’인데 편집이 많이 돼 아쉬웠다. 어쨌든 두 작품과 <미성년자 관람불가>, 2006년 제5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명예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불법주차>(감독 정충환) 등을 계기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그리고 단편과 TV드라마를 부지런히 넘나들었다.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감독 박신우) 이후 단편보다 장편 출연작이 많다.”

<괴물> <화려한 휴가> <타짜> <전우치> <의형제> <타워> <추격자>. 정인기가 출연한, 관람관객 500만 명 이상을 기록한 영화다. 이와 함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연가시> <신기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고지전> <음란서생> 등 6월 현재 한국영화 100대 흥행작 가운데 정인기가 출연한 영화는 13편이다. <연가시> <이웃사람> <타워> <주리> 등 최근 작품도 잇따라 각광받으면서 ‘정인기가 출연한 영화는 흥행한다’는 말을 낳고 있다.

“캐릭터가 어느 정도 한정돼 있는 상업영화나 TV드라마와 달리 단편이나 독립영화에서는 개성 넘치는 인물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인연을 맺은 작품이 인정을 받을 때 보람과 긍지를 느껴요. <미스터 고> <더 파이브> <협상종결자>(가제) 등 상업영화는 우선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며칠전 밤새워 찍은 단편 <사원증> 등 독립·단편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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