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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주형 “입단 후 처음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할 거면 더 잘 해야죠.”

타율 3할3푼 5홈런 15타점, 그리고 결승타 2개. 20경기 성적 치고 매우 훌륭하지만 정작 자신은 ‘잘 한다’는 칭찬을 거부하고 있다.

김주형(28·KIA)이 드디어 터지고 있다.

KIA 김주형

동성고 시절 괴물타자로 2004년 KIA에 1차지명 돼 프로에 왔지만 이후 제자리. 해마다 ‘유망주’ 소리를 듣는 데서 그쳐 실망을 줬지만 버릴 수 없는 기대도 남겨두던 김주형이 10년째인 올해 드디어 봉오리를 열기 시작했다.

꽃을 피우려면, 김주형의 말대로 아직 갈길이 멀지만 분명히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처음 느껴보는 작은 자신감

김주형은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고 최근 변화를 설명했다.

열심히 훈련했던 스프링캠프 도중 2군으로 가며 또 한 번 좌절했던 김주형은 1군 첫 경기였던 5월23일 한화전에서 홈런 2방을 날렸다. 출발점이었다.

김주형은 “항상 1군에 와도 못 해서 다시 내려가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전에는 ‘다시 2군 가면 어쩌지’하는 생각부터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못 치면 내려가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마음 먹기로 작정하고 왔다. 그런데 홈런이 2개나 나왔다. 거기서 자신감을 얻은 게 조금씩 커진 것 같다”고 최근 상승세를 설명했다.

그동안 반복됐던 실패와 2군행, 그로 인한 비난과 원망을 끊임없이 겪으면서 거의 해탈 경지에 오른 듯 마음을 비웠더니 풀리기 시작하고 있다.

1군에 온 뒤 첫 7경기에서 24타수 9안타로 폭발하던 김주형은 6월 4~6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6타수 무안타로 멈춘 적이 있다. 그 3연전 뒤 김주형은 전력분석실을 수없이 들락거렸다.

김주형은 “처음 올라와서 잘 됐을 때처럼 하고 싶어서 전력분석실 형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 전에 비해 전력분석실을 정말 많이 갔다”고 말했다. 열의도 달라졌다.

■한대화 총괄코치와의 인연

지난 10년,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김주형은 2군 코칭스태프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김주형은 “처음 1군 올 때 2군의 모든 코치님들이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얘기해주셨다. ‘못 해서 다시 내려온다고 야구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하면 되니 하고 싶은 만큼 즐기고 웃으면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더니 정말 잘 되고 있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한 총괄코치는 김주형과 깊은 인연이 있다. 김주형은 타자 조련에 일가견 있는 한 코치가 ‘한 번 키워보고 싶은 타자’로 꼽는 선수였지만, KIA에게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유망주였다. KIA의 FA 이범호 영입 당시 한화 사령탑이었던 한 코치는 보상선수로 김주형을 노렸지만 KIA가 보호선수 명단 20인에 김주형을 포함시키는 바람에 매우 허탈해하기도 했다. 그 인연이 결국 KIA 2군에서 맺어졌다.

김주형이 2군으로 이동한 지난 2월부터 한 코치는 투수와 볼카운트 싸움 요령 등 작은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김주형에게 많은 조언을 했다. 그 결과가 일단 1군 등록과 함께 나오고 있다.

■저 야구 열심히 합니다

‘오기도 없고 생각없이 야구하니 잘 할 리가 있나.’

김주형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사실 억울한 면이 많다.

김주형은 그동안 매 타석에서 큰 압박감을 갖고 야구해왔다. “그동안 항상 ‘여기서 꼭 쳐야되는데. 삼진 먹으면 어떡하지? 못 치면 또 욕 먹겠지’라고 먼저 생각하며 타석에 섰다. 수비할 때는 ‘나한테 공이 안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항상 쫓기는 마음으로 경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모두가 생각 없이 야구한다고 했던 가장 큰 이유, 김주형은 “얼굴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동글동글 항상 웃는 듯 보이는 인상이 여유만만해 보인다.

김주형은 “나도 고민 많이 했다. 표정 자체가 날카롭지 못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경기 중 인상도 많이 써봤다. 그래도 안 된다. 수염이라도 길면 거칠어보일텐데 수염도 잘 안 난다. 생긴 게 이래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웃었다.

앞으로도 부진이 찾아오면 또 함께 듣게 될 그 말들은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채 김주형은 꾸준히 ‘나’를 믿고 ‘오늘’ 열심히 야구하기로 했다.

김주형은 “아프지 않고 계속 이런 마음으로 야구하고 싶다. 안타를 못 치더라도 내 스윙을 하자는 자신감으로 나를 믿고 편하게 야구하겠다. 지금 이 마음 상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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