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숫자 2의 화신 홍진호, ‘스타리그’에서 ‘더 지니어스’까지

“모든 우승자가 결승에서 홍진호를 만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승에서 홍진호를 만난 자는 모두 우승했다.”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홍진호(30)의 2인자 징크스에 관한 우스갯소리다. 그는 정말 지독할 정도로 숫자 ‘2’와 관련이 깊다. 홍진호는 2000년대 초반 ‘폭풍저그(스타크래프트의 한 종족)’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이스포츠(E-SPORTS) 내 명실상부한 스타였다. 그러나 탁월한 음악적 재능에도 모차르트와 한 시대에 태어나 고통 받았던 살리에르처럼 홍진호에게도 치명적인 라이벌이 있었다. 바로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이다. 임요환은 결정적인 우승의 고비마다 홍진호를 좌절시켰다.

2004년 ‘EVER 스타리그’ 4강에서 홍진호가 임요환에게 ‘3연벙(3연속 벙커링 러쉬)를 당해 굴욕적으로 패배했던 사건은 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전설처럼 회자된다.

임요환은 각종 기록에서도 홍진호보다 한 발 빨랐다. 홍진호는 역대 2번째로 스타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했고 (첫 번째는 임요환), 역대 2번째로 스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첫번째는 역시 임요환), 역대 2번째로 프로게이머로서 억대연봉 장기계약을 체결했다(첫 번째는 임요환).

사진 케이블채널 온게임넷 홍진호 은퇴 헌정 영상 캡처

홍진호는 최연성, 이윤열 등의 프로게이머와 결승전에서 만났으나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는 선수생활동안 공식, 비공식대회를 합쳐 22번의 준우승을 거뒀다. 결국 홍진호는 한 번의 메이저리그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2011년 6월 “안주하는 것보다 도전하는 삶이 좋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오후 2시 22분에 2번째 선수로 출전했으며 심지어 프로게이머 은퇴선언 후 ‘홍진호 은퇴’란 검색어는 ‘개기일식’에 밀려 포털사이트 네이버 인기검색어 2위에 올랐다. 프로게이머 은퇴 이후 그는 2010년 2월 22일 창단된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리그에서 프로팀 제닉스의 감독을 2013년 2월까지 맡았다. 홍진호의 감독 데뷔전에서 제닉스는 2차 예선 2경기 연속 22킬을 올려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일명 ‘3연벙’ 사건. 사진 케이블채널 온게임넷 홍진호 은퇴 헌정 영상 캡처

게임을 떠나도 그와 숫자 2의 인연은 사라지지 않는다. 홍진호는 1982년 생이며 프로필상 몸무게는 62㎏, 2남 중 둘째로 태어났다. 군 시절 당시 휴가 복귀일은 22일이였으며 예매한 열차 좌석 번호는 2호차 22번 좌석이었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홍진호에 관련된 게시물이 올라오면 같은 내용의 댓글을 두 개씩 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홍진호가 ‘숫자 2의 화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사진 케이블채널 온게임넷 홍진호 은퇴 헌정 영상 캡처

홍진호가 또 다시 결승전 무대에 선다. 12일 밤 11시 30분 tvN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하 더 지니어스)>에서 최종 우승을 놓고 김경란 전 아나운서와 맞붙는다. 홍진호는 지금까지 <더 지니어스>에서 여러 번 탈락의 위기에 놓였지만 탁월한 분석력과 집중력으로 위기를 헤쳐 왔다. 김경란은 전 아나운서다운 침착성을 바탕으로 경기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더 지니어스’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전 아나운서 김경란의 일명 ‘연합관계도’. 사진 CJ E&M 제공

<더 지니어스> 결승전은 삼판 이선승제다. 우승자에게는 상대방의 가넷과 함께 추가로 2000만원의 우승 상금이 수여된다. ‘가넷’이란 <더 지니어스>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하나 당 백만 원의 가치가 있다. 현재 김경란은 23개, 홍진호는 36개를 확보한 상태다.

김경란 전 아나운서(왼쪽) 홍진호. 사진 tvN 제공

홍진호는 지난 9일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서 “이번에도 2등을 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서 꼭 우승을 하려 한다”며 더 이상 준우승에만 그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정말 그가 숫자 2의 저주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더 지니어스> 결승전이 가까워오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리꾼들의 ‘홍진호 우승 기원’ 메시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는 제발 우승 좀 해보자’ 라는 게시글이 두 개씩 업데이트 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더 지니어스>에서 우승을 거두지 못한다 해도 홍진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을 듯 하다. 팬들이 홍진호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그가 2등의 벽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치열하게 노력하고 또 도전하기 때문이다.

사진 케이블채널 온게임넷 홍진호 은퇴 헌정 영상 캡처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