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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바싹’ 홍명보호 확 달라진 분위기

“첫 발걸음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축구대표팀이 소집된 17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44)이 2013 동아시안컵 출전선수 명단을 발표한 자리에서 말한 대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파주 NFC에 입소했다.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 구두를 착용하고 정문부터 걸어서 훈련장 숙소로 이동했다. 과거에는 고급차를 몰고 숙소동 앞에서 내렸다. 또 복장도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원 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irit), 원 골(One goal)’을 강조한 홍 감독의 뜻대로 단합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16일 오전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 대표팀에 소집된 홍명보감독이 정장 차림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특히 홍 감독은 오전 10시쯤 선수들보다 일찍 NFC에 도착했고, 정문부터 걸어서 입장해 솔선수범 했다. 홍 감독은 “2001년 NFC가 생기고 대표팀 소집 때 정문부터 걸어들어온 건 처음이다. (걸으면서) 국가대표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며 “훈련도 중요하지만 감독으로서 남은 기간을 선수들과 어떻게 준비할까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처음 대표팀에 소집할 때 훈련장인 경남 진해선수촌까지 5~6시간 버스를 타고, 밤잠을 못 이룬 경험담을 소개하며 국가대표로서의 마음가짐을 재차 강조했다.

선수들은 낯선 소집분위기에 잔뜩 긴장했다. 얼굴엔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더욱이 평소 정장을 잘 입지 않았기에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명주와 고무열(이상 포항), 정성룡(수원)은 여름 양복이 없어 겨울 양복을 입고 왔다. 푹푹 찌는 한여름 날씨에 무거운 짐가방까지 들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김동섭(성남)은 사흘 전 급하게 양복 한 벌을 장만했다. 서동현은 결혼식과 딸 돌잔치 때 입었던 양복을 다시 꺼냈고, 홍정호(이상 제주)는 넥타이가 없어 박종우(부산)에게 빌렸다. 정장을 할 기회가 없어 넥타이 매는 법을 몰랐던 이명주는 아침부터 지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16일 오전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 대표팀에 소집된 정성룡이 정장 차림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처럼 모두가 각기 다른 사연과 뒷얘기를 갖고 파주로 모였지만 마음가짐은 하나였다.

골키퍼 정성룡은 “예전에는 본관 숙소동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오늘 정말 신선했다. 정문에서 걸어들어오는데 마치 카펫을 걷는 느낌이었다”며 “50m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몇 백미터를 걸은 것 같았다. 짧은 시간동안 대표팀에 애착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종우는 양복을 차려입는 순간부터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면서 남다른 기분을 느꼈다. 청바지 차림이 아닌 정장을 입으면서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런던올림픽 최종명단에서 탈락하고 오랜만에 파주에 소집된 김동섭은 “양복은 결혼식장 갈 때나 입는데 파주올 때 입으니 책임감이 느껴졌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이 바꿔놓은 규율은 선수들에게 대표선수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홍명보호는 이날 오후 4시30분 첫 훈련을 실시했다. 전체 23명 가운데 일본 J리거 7명이 18일 합류하고, 나머지 대부분도 전날 K리그 클래식 경기에 출전한 탓에 첫날 훈련은 간단한 몸풀기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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