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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차림 홍명보호 1기 ‘멋진놈들 전성시대’

백화점서 급히 장만하고 장롱속 양복 꺼내 입고

J리거 7명 제외 선수단 전원 ‘드레스 코드’ 입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4)이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경기력 부진, 내부 갈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파문 등으로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고 한국 축구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홍 감독의 굳은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

홍명보호가 17일 2013 동아시안컵 소집 훈련을 시작으로 첫 출항을 알렸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일본 J리거(7명)를 제외한 대표선수 16명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진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대장정을 시작했다.

정장차림으로 파주NFC에 들어서고 있는 홍명보호 1기. 그래픽 합성 | 이은진 기자

동아시안컵 선수명단을 발표할 때 “첫 발걸음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외쳤던 대로 대표선수들은 NFC 입소에서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여줬다.

과거 고급차를 몰고, 찢어진 청바지와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던 선수들은 정장과 넥타이, 구두를 착용하고 NFC 정문부터 걸어서 숙소동으로 이동했다. ‘원 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irit), 원 골(One goal)’을 강조한 홍명보호의 슬로건을 첫 날부터 몸으로 실천해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보다 일찍 NFC에 도착해 정문으로 입장했다. 홍 감독은 과거 그가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 훈련장인 경남 진해선수촌까지 5~6시간 버스를 타고, 밤잠을 못 이룬 경험담을 소개하며 대표선수의 마음가짐을 재차 강조했다. 선수들도 진지한 표정과 발걸음 속에 굳은 결의를 내비쳤다.

이 같은 엄격한 규율과 기강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이명주와 고무열(이상 포항), 정성룡(수원)은 여름 양복이 없어 동복을 입고 왔고, 김동섭(성남)은 급히 백화점에서 양복을 장만했다. 푹푹 찌는 한여름 날에 무거운 짐가방까지 든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서동현(제주)도 결혼식과 딸 돌잔치 때 입었던 양복을 다시 꺼냈다. 홍정호(제주)는 넥타이가 없어 박종우(부산)에게 빌렸다.

모두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사연을 지녔지만 NFC로 향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똑같았다. 골키퍼 정성룡은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정문에서 걸어들어온 50m 정도의 거리가 몇 백미터처럼 느껴졌다. 짧은 시간동안 대표팀에 애착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종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양복을 입을 때부터 남다른 기분이었다. 대표선수로서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홍 감독이 ‘드레스 코드’를 통해 선수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간결하고도 명확했다.

비장한 분위기 속에 홍 감독은 이번 대회의 목적을 대표팀 위상 제고와 신뢰 회복,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위한 준비라고 강조했다. “내가 주문한 사항이 너무 강한 측면도 있었지만 적절한 긴장감이 있어 좋았다. 선수들에게서 간절함과 의지를 느꼈다”며 “동아시안컵을 통해 브라질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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