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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댄스 흥행공식 ‘섹시하거나, 아찔하거나’

아이돌 그룹의 흥행공식이 바뀌었다. 짧은 후렴구에 반복되는 멜로디인 ‘후크송’ 만으로는 부족하다. 춤을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뜬다.

원더걸스 ‘텔미’ 이후 잠잠했던 춤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카라가 불을 지폈다. 2009년 여름 ‘미스터’에서 선보인 엉덩이 춤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아브라카다브라’의 시건방 춤으로 열기를 이어갔다. 시건방 춤은 싸이가 올 초 ‘젠틀맨’ 안무로 빌려와 다시 주목 받았다.

아이돌 그룹 안무는 최근 더욱 다양해졌다. 티아라는 ‘롤리폴리’ ‘러비더비’로 허슬과 디스코 등 복고풍 댄스 열풍을 주도했다. 애프터스쿨은 ‘첫사랑’에서 고난도 ‘폴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신인 걸그룹 와썹은 데뷔곡 ‘와썹’에서 ‘트월킹’이라는 미국 흑인들의 스트리트 댄스를 안무에 접목해 눈길을 끌었다. 트월킹은 골반을 상하좌우로 강하게 흔드는 춤으로 일명 ‘엉덩이 털기춤’으로 불린다. 이들의 뮤직 비디오는 물론 안무 연습 동영상까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애프터스쿨 폴댄스

남성 아이돌 그룹 틴탑은 ‘장난아냐’에서 비보이 댄스인 ‘프리스텝’을 안무에 도입했다. 쉴새 없이 발을 놀리는 게 특징이다. ‘원더걸스’ 출신 가수 선미는 ‘24시간이 모자라’에서 현대 무용을 접목한 춤을 선보인다.

대중 음악의 무게 중심이 이처럼 ‘청취’에서 ‘행위’로까지 확대해가는 양상이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미디어 발달로 음악 수용 방식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한동윤씨는 “ ‘K팝 커버(그대로 따라함) 댄스’라는 게 외국에서 하나의 장르가 될 정도로 유튜브에는 아이돌 그룹 댄스를 따라하는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은 아이돌 그룹의 복고풍 디스코 음악,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선호와도 맞물려 있다. 한씨는 “아이돌 그룹은 댄스 음악을 주로 한다.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른 가수와 차별화되고 난도가 높은 안무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예 기획사들은 좋은 곡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차별화된 안무를 짜는 데 고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돌 그룹 댄스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칼군무’(칼처럼 춤동작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틴탑의 소속사 티오피 미디어의 백수원 홍보팀장은 “틴탑은 ‘공중부양 댄스’로 불릴 정도로 무대에서 쉴 새 없이 뛰는 ‘바쁜’ 안무가 특징이다. 현란한 발동작을 주로 하는 춤인 프리스텝이라면 다른 ‘칼군무’ 아이돌과 달라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 캬라멜’은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해 칼 군무의 틀은 빗겨갔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과장된 표정과 코믹한 손 동작이 강조점이다.

와썹 ‘트월킹’

다양한 춤이 나오면서 대중 눈높이도 높아졌다. 시건방 춤을 만든 안무팀 야마앤핫칙스 배윤정 단장은 “특정 동작만 도드라지게 하는 포인트 안무로는 승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와썹의 안무를 구성한 안무팀 스위치의 최선희 단장도 “포인트 안무 뿐만 아니라 곡의 전체적인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한다. 팀의 개성과 색깔이 잘 드러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나무를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엑소의 ‘늑대와 미녀’, 틴탑의 프리스텝 안무를 최근 안무중 가장 완성도 높다고 꼽았다.

차별화를 강조하다보니 부작용도 생긴다. 부상과 선정성 논란이다. 애프터스쿨 멤버들은 폴 댄스 기본 기술을 익히는 데만 7개월을 매달렸다. 그러다보니 허벅지나 다리에 멍이 드는 것은 다반사였다. 소속사인 ‘플레디스’ 우영승 홍보팀 이사는 “안무를 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멤버들이 많이 고생했다. 애프터스쿨은 데뷔 때부터 마칭밴드, 탭댄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팀으로 인식돼 부담감도 컸다”고 말했다.

선정성 논란도 해묵은 숙제다. 폴 댄스는 미국 스트립 댄서들이 추는 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애프터스쿨 춤이 선보이자 말자 시비가 인 것도 그 때문이다.

더욱이 트월킹은 미국 내에서도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저급한 춤’으로 비난 받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고교에서는 재학생 수십 명이 트월킹 댄스 영상을 제작해 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배윤정 단장은 “조금만 다리를 벌리거나 엉덩이를 흔들면 야하게 받아들이는데 그렇게 보면 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 댄스의 한 장르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월킹을 시도한 와썹에는 “흑인들과 다른 신체 조건으로 볼륨감이나 바운스를 살리기 힘들었을텐데 도전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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