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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깡철이’ 유아인 “솔직·신선…필이 통했다”

용기를 밀고 나가는 힘이 깡

‘완득이’후 개런티 좋아졌죠

영화 <깡철이>의 주인공 이름은 강철이다. 사람들은 그를 ‘깡철’이라 부른다. 부산 부두 하역장에서 일하는 강철이는 성실하기만 한데, 깡패 같은 세상이 놔두질 않는다. 강철이를 남편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픈 엄마의 수술비, 친구의 위기 앞에서 뒷골목 보스의 위험한 제안이 온다. 조직의 두목은 “절박해야 깡이 생긴다”며 절박한 강철이를 위험으로 내몬다.

531만 명을 모은 영화 <완득이>로 20대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한 유아인이 2년 만에 <깡철이>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제목만 보고 <완득이>와 비슷할 것으로 오해하고 시나리오를 읽지 않았지만, 결국 ‘삘(Feel·느낌)’이 통해 <깡철이>를 차기작으로 택했단다.

유아인은 각본같이 짜놓은 ‘뻔한 말’을 내놓는 또래 배우들과 달리, 패기가 보이는 솔직한 대답으로 인터뷰를 채웠다. 거침없이 살아가는 깡철이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른 많은 제안을 받았을 텐데 영화 <깡철이>에 끌린 이유는.

“전형적인 이야기 같지만 인물 감정이 솔직하고 신선했다. 깡철이는 엄마를 정성껏 간호하는 착한 아들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답답함도 표현한다.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패륜 같은 말을 하지만 엄마를 절실하게 사랑한다. 영화는 조폭이 등장하는 액션, 누아르 느낌도 있고, 엄마(김해숙)와의 관계에선 휴먼 드라마, 깡철이가 좋아하는 수지(정유미)와의 관계에선 청춘 영화톤도 불쑥 튀어나온다. 여러 장르를 한 영화에 담지만 과하지 않게 보여주는 담백함에 끌렸다.”

-<완득이>의 성공 이후 20대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30, 40대 배우들이 가진 노련함이나 원숙함, 농익음도 있지만 20대의 신선함, 열기도 분명히 있다. 그런 정서를 담고 싶어서 20대의 필모그래피를 최대치로 만들고 싶었다. <완득이>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다르다. 5번째 영화인 <완득이>로 그런 성취를 이뤘는데,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했다. 할리우드는 물론 일본과 대만은 다양한 청춘영화가 있지만 한국에는 한동안 없었다. 20대가 주요 관객, 주인공인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 긍정적이다.”

-<완득이> 이후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개런티?(웃음). 예전엔 너무 하고 싶으면 돈을 주고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요즘은 제대로 대우받고 그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개런티 받는 만큼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도 맞다. 간혹 의리를 내세우면서 정당하지 않은 대우를 하려는 풍토도 있다. 적은 예산의 독립영화라면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지만, 상업영화 형식을 취하면서 정당한 대우를 치르지 않으려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본다.”

-스스로 생각하는 깡은 무엇인가.

“영화 대사처럼 절박해야 깡이 나온다는 데 동의한다. 난 깡이 곧 용기라고 생각한다.”

-깡을 부려본 적이 있나.

“항상(웃음). 난 무척 소심하고, 용기도 없고 약한 꼬맹이다. 남들이 안 하는 짓을 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고, 밀고 나가려면 깡이 있어야 한다. 그게 진짜 깡이다. 무모하고 술술 거침없이 내뱉어지는 게 아니라, 걱정되면서도 의식적으로 해내는 게 깡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11월 ‘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장문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정치적 소신을 말하는 것에 주변이 만류했을 것 같다.

“내 자신도 날 만류한다. 밀고 나갈 만큼 대단한 사명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명감이 아니라, 평범해지기 위해 싸우고 있다. 자기 의사를 밝히는 건 요즘 가장 평범한 청년들이 하는 일 아닌가. 정치적인 20대가 되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요새 20대가 되기 위해 싸우는 거다. 신문 같은 제한된 매체를 통해서만 대중과 소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메커니즘은 변했는데 그걸 잘 쓰지 못하고 악용하거나 구시대 정서에 머무르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게 새로운 배우의 유형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기도 못 하고 삐그덕대는 애라면 내 말이 안 먹힌다. 그래서 더 본업에 충실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어떻게 생각들을 정리하나.

“흔히 책을 많이 읽느냐고 묻는데, 책은 어렸을 때 많이 본 것 같다. 지금은 직접 체험하고 사색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체험하고 고민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완전히 내 것으로 체화된다. 고민해서 얻어낸 정의는 피부처럼 찰싹 달라붙는다. 인터넷으로 정치, 경제, 사회 뉴스를 두루 보는 편이다. 많은 정보들은 필터를 거쳐야 한다. 항상 의심의 눈을 가지는 것은 슬프지만, 보이는 게 전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를 해야 현명한 사고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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