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악플러에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

댓글 수위 갈수록 악랄·교묘

스타들 ‘악플대응’ 강경해져

선처 줄고 고소·고발은 급증

가수 백지영(37)은 7월 유산 등과 관련해 악의적으로 지속적인 댓글을 단 누리꾼 수십 명을 고소했다. 배우 이영애(42)도 지난달 말 가족 관계와 신상에 대해 소문을 유포한 누리꾼들을 고소했다.

올해 악의적 댓글과 관련된 연예인 고소가 9번째다. 과거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미온적인 대응에 그쳤던 연예인들이 ‘악플(악성 댓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에 선처 대신 “법대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적극 대처하고 나선 것은 악플 양상이 용인하지 못할 정도로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영애

백지영은 지난 7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밝혔다. 그는 “제일 잊어버릴 수 없는 댓글은 ‘백지영 신곡이 나왔다. 위대한 유산, 피처링 (남편) 정석원’이라는 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화가 나다가 급하게 우울해졌다. 왜 그런 마음을 갖는지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영애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의 법률 대리인 측은 “이영애와 남편 정호영씨가 모 대부업체 사장과 일면식도 없는 데도, 일부 누리꾼들은 배우 한채영과 이영애가 고부 관계가 된다는 허위소문을 진실인 것처럼 온라인에 게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연예인들이 소문으로 고초를 겪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룹 ‘H.O.T’ 멤버 문희준은 1997년 걸그룹 ‘베이비복스’ 멤버 간미연과 열애설이 나와 곤욕을 치렀다. 간미연에게는 당시 면도칼과 눈을 오려낸 사진이 배달됐다.

백지영

유명인들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사건이 확대돼 오래 회자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식으로 겁만 줬다. 피고소인이 붙잡혀도 선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3년 교통사고 사망 루머를 퍼뜨린 누리꾼을 만난 배우 변정수는 그를 용서했고, 권상우·손태영 부부도 지속적으로 악의적 댓글을 단 누리꾼의 처벌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2010년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의 학력 관련 논란 때부터 스타들의 대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타블로는 지속적으로 학력 위조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 관계자들을 고소했고, 관련자들은 징역 등 사법 처리됐다.

지난해에는 남성그룹 ‘JYJ’와 여성그룹 ‘원더걸스’ 멤버 소희가 명예훼손과 관련해 악플러를 고소했다.

올해는 그 숫자가 크게 늘었다. 배우 송혜교와 가수 장윤정, 티아라, 아이유, 미쓰에이 수지, 나인뮤지스 경리, YG엔터테인먼트까지 개인부터 기획사까지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 찾기에 나섰다.

아이유

연예인들도 실제 처벌을 요구했다. ‘송혜교 정치인 스폰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24명의 누리꾼은 약식기소됐고, 아이유는 결혼설을 유포한 당사자를 찾아 사회봉사 200시간의 처벌을 받게 했다. 백지영, 이영애 등도 선처를 원하지 않고 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소문의 전파력이 이전보다 강해져, 빨리 차단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 최근 악플러 고소장을 접수한 여성그룹 ‘나인뮤지스’ 경리의 소속사 관계자도 “악플이 과거 비꼬거나 놀리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로 직접 공격하고 문자를 보내는 경우까지 있다”며 “SNS 발달로 수법이 교묘해졌다”고 밝혔다.

악성 댓글 사건을 주로 맡는 이승우 변호사는 “타블로의 고소사건에서 법정구속 판결이 나는 등 악성 댓글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대응을 해야겠다는 연예계 종사자 사이의 공감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도 과거보다 사이버 관련 테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경찰, 검찰의 범죄 대응 속도가 높아진 것도 피해자들의 고소, 고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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