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진격의 거인’ 日작가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 파문

일본 인기 만화 <진격의 거인> 작가 하지메 이사야마가 “일본의 통치로 조선인 인구도 수명도 2배로 늘었다”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사실이 16일 뒤늦게 알려졌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의 한국 식민 지배가 결과적으로 한국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으로, 최근 국내 교학사 역사 교과서 등 ‘뉴라이트 역사관’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메 이사야마는 지난 6월 출판사, 보조작가 등과 연락용으로 사용하는 비공개 트위터(@migiteorerno)에 “한국이 생기기 40년 전부터 있던 (일본)군대를 일괄해서 나치와 같다고 보는 것은 난폭하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한국이) 일본에 의해 통치돼 인구와 수명이 2배로 늘어난 조선인을 민족정화를 당한 유대인과 (상황이)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글을 썼다. 일제 강점 하에서 한국인은 핍박당한 게 아니라 삶의 질이 향상됐기 때문에 나치에 의해 인종청소된 유대인과 같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일본 극우 세력이 주장하고, 한국의 일부 세력이 동조하는 ‘식민지 근대화론’ 골자다.

진격의 거인 일러스트 사진 온라인 캡처

국내에서도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은 시간 사용의 합리화와 생활 습관의 개선을 일제로부터 강요받았다. (중략)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적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되어 갔다”고 서술했다. 또 수탈을 목적으로 건설된 일제 철도와 관련, “철도를 이용해 먼 거리 여행도 가능해졌다”고 표현했다.

하지메 이사야마의 일본 극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0년 ‘<진격의 거인> 등장 인물 중 한명의 모델이 일본 육군 장군 아키야마 요시후루냐’는 질문에 “맞다. 그런 분을 모델로 하는 것은 황공한 일이다. 그의 인품에 경외감 갖는다”고 밝혔다. 요시후루는 1916년 조선주차군사령관으로, 고종 황제 특사이던 이준 열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평화회의 참석을 막은 인물이다.

진격의 거인 일러스트 사진 온라인 캡처

<진격의 거인>은 식인 거인들이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인간들을 사냥하자 인간들은 거대한 성채를 쌓는다. 하지만 거인들이 성을 넘어 공격해온다. 주인공은 싸움이 나면 막아낼 수 있는 군대인 ‘조사병단’에 가입한다. 이를 놓고 ‘성채와 인간’은 ‘평화헌법과 일본’으로, ‘거인’은 ‘중국과 러시아’, ‘조사병단’은 ‘일본 자위대’로 해석되기도 했다.

<진격의 거인>은 2009년 10월 만화잡지에 연재를 시작해 단행본으로 10권까지 나왔다. 2013년 4월 일본 마이니치 방송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한국에서도 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했고, 만화 제목을 딴 ‘진격의 XX’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창작과 박석환 교수는 “일본에서 만화는 매스미디어에 준하고 <진격의 거인>은 그 수위에 오른 작품”이라며 “작가의 이러한 발언은 일본 내 극우 성향 독자층을 결집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근현대사를 전공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 교수는 “일본 내 극우 세력의 역사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이라며 “이러한 작품들을 접할 때 메시지를 정확하게 가리고 올바로 읽어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가 트위터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