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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주의보’ 임주환 “스태프들 캐스팅 반대에 독품고 연기”

지난달 29일 종영한 SBS 일일극 <못난이 주의보>(극본 정지우, 연출 신윤섭·민연홍)는 MBC <오로라공주>, KBS2 <루비반지> 등 자극적인 설정을 앞세운 드라마들 사이에서 ‘착한 드라마’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물론 자극적 요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 이 드라마 중심엔 주인공 공준수를 연기한 임주환(31)이 있었다.

임주환은 2004년 드라마 <매직>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이 죽일 놈의 사랑> <꽃보다 남자> <탐나는 도다> 등의 드라마와 영화 <쌍화점> 등에 출연했지만 이렇다할 대표작은 남기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2011년 5월 입대했고 그의 존재는 조금씩 잊혀져 가는 듯했다.

“올 2월 전역했는데 전역을 앞두고 한없이 불안했죠. 도대체 뭘 해야하나 싶고. 군대에서 저보다 어린 스물세살 병장이 고민상담을 해오더라고요. 나가서 할 게 없다면서. 사실 제가 더 불안했죠. 나이도 많고, 배운 건 연기밖에 없고…”

지난달 29일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서 공준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임주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대학로에 가서 연극무대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마음을 비웠을 즈음 눈앞에 한줄기 빛이 보였다.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를 준비하고 있던 신윤섭PD로부터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면서 출연 요청이 왔다.

“빛이 없는 캄캄한 터널을 걷는 듯한 심정이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보니 어안이 벙벙했어요. 2월 전역하면서 바로 촬영을 준비했죠. 아직 군인의 패기가 빠지지 않았던 상황이라 ‘군대정신’으로 열심히 했어요. 사실 PD님, 촬영감독님을 제외한 다른 스태프들이 모두 제 캐스팅을 반대했다는 말을 듣고 더욱 이를 악물었죠.”

120회로 계획됐던 드라마는 연장되면서 133회로 마무리됐다. 주 5일씩 6개월이 넘는 대장정이 이어졌다. 그가 맡은 공준수는 한없이 착한 역할이었다. 동생을 위해 10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범법자의 아내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사랑을 기꺼이 포기한다. 공준수로 살았던 6개월의 시간은 자연인 임주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제가 연예인이 된 뒤에 저도 모르게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살았었나봐요. 아버지께선 ‘주환이가 왜 이렇게 차가운 아들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공준수로 살면서 저도 모르게 가족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 것 같아요. 예전같으면 방송이 끝난 뒤 여행을 떠났겠지만 이번엔 계속 가족들과 집에 있었어요. 여동생한테는 패딩을 선물해주기도 했고요. 가족들도 놀라더라고요. 전역하면서 바로 드라마를 시작해서 그런지 이제사 전역을 했다는 실감이 나요.(웃음)”

그가 최근 인상깊게 본 작품은 영화 <관상>이다. 언제 어떤 악행을 저지를 지 모를 팽팽한 긴장감을 주던 이정재의 연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수술용 메스’처럼 작고 얇지만 치명적인 면이 있는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는 오는 14일 2년만에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가져왔던 고민과 내적 성장의 결과물들을 털어놓고 나눌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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