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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이민호 “남자와 소년 사이가 좋다”

배우 이민호(26)는 2003년 KBS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해 딱 10년을 연기했다.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크게 성공하기 전까지는 무명세월을 겪었다. 그 이후 5년은 거칠 것이 없는 시간이었다.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에서 구준표를 연기했던 그는 5년 후 SBS <상속자들>에서 김탄을 연기했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재벌자재 고등학생 역이었고 성공했다. 하지만 배우는 변했다. 무작정 준비하는 일보다는 현장을 느끼는 일의 중요성을 알았다. 남자 나이 스물일곱, 인기의 무게를 견디는 배우가 돼 있었다.

- <꽃남> 이후, 또 교복이다.

“이번 작품하면서 동생들을 보니까 짠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래도 <꽃남> 전에는 자유로웠던 생활이 있었지 않았나. 하지만 동생들은 ‘지금부터 저렇게 일을 하면 더 힘들어질 텐데’하고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는 내가 낯간지러워서 잘 못 해줬다.(웃음)”

- 이번 드라마를 통해 후배 김우빈이 급성장했다. 보는 느낌이 어땠나.

“2009년 2NE1의 산다라박 누나와 맥주 광고를 찍을 때 우빈이가 내 친구로 나오는 단역배우 중 한 명이었다. 나중에 우빈이가 말을 해줘서 알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우빈이가 잘 돼 기뻤다. 나도 무명생활이 있었는데 느낀 점이 많았다. 우빈이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김탄 역 배우 이민호. 사진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 <꽃남> 이후 모든 작품이 다 잘 되지는 않았다.

“<꽃남> 당시에는 모든 일이 다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제는 겪었던 상황의 반복이지 않나. 인기나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정신을 못 가눌 정도는 아니다. 단지 지금 20대는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작품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예전에는 앞만 보고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심지어 예전에는 노래나 춤을 추는 공연을 피했지만 지금은 팬들을 위해서 연습한다.(웃음)”

- 또 한 번의 재벌가 고등학생 역, 어떤 차이를 줬나.

“<꽃남> 때는 많이 준비해서 촬영했다. ‘재벌이니까 젓가락을 이렇게 들고, 안하무인의 성격이니 이렇게 걷고…’ 같은 설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간 본연의 아픔을 편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김탄은 18세이지만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굳이 차이를 두지 않고 나를 내려놓고 연기했던 것 같다. 김은숙 작가께서도 초반 미국 촬영을 마치고 격려해줘서 더 힘이 났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김탄 역 배우 이민호. 사진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 김 작가와의 작업은 어땠나.

“대사 중 가슴에 콕 박히는 단어들이 있다. ‘사춘기는 나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상황이 만드는 거다’ 같은 대사는 공감이 갔다. 감정에 솔직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내용들이 대사로 나왔다. 사실 나도 처음 시도한 대사가 많아 표현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쉽게 익숙해졌다. 중간에 뻔뻔하게 자기 자랑을 하는 대사도 많은데 <꽃남> 때 이미 한 번 해봐서 그런 지 잘 할 수 있었다.(웃음)”

- <개인의 취향>(2010), <시티헌터>(2011), <신의>(2012) 등 일년에 한 작품씩 했다.

“작품을 준비하는데 2~3개월이 걸리고, 배역에서 빠져나오는데 2~3개월이 걸린다. 거기다 촬영기간을 합하면 1년 간격이 맞더라. 하지만 20대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상속자들> 이후로는 부지런히 준비할 생각이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김탄 역 배우 이민호. 사진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블루스>는 그래서 빨리 선택한 건가.

“<상속자들> 준비 과정에서 만났던 시나리오다. 강남 개발기인 1970년대 부동산 개발과 얽힌 뒷골목의 이야기다. ‘이민호에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하고 확실하게 보여주고픈 욕심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소년과 남성의 중간 이미지를 좋아한다. 내년 28세가 그런 나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유하 감독 영화에 출연한 권상우(<말죽거리 잔혹사), 조인성(<비열한 거리>) 선배들을 보면 감독이 남자배우를 잘 그려주시는 것 같더라. 남자 냄새나는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에 신경 쓰더라. 팬들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트위터, 페이스북, 중국 웨이보 등을 합해 SNS 친구가 3000만 명 정도 된다. 이렇게 소통 창구가 있는 시대에 살아서 다행인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이 수치를 중요하게 여기더라. 아시아에서 필요한 배우를 찾을 때 참고한다고 들었다. 팬들은 내 존재의 이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김탄 역 배우 이민호. 사진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 미국 이야기를 하는데, 해외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나.

“<강남블루스> 이후에 중국이든 할리우드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기하게도 1년에 일곱 작품 하는 배우도 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쉬지 않고 일하고 싶다.”

- 무명 5년, 유명 5년. 이민호 연기 10년을 정리해 달라.

“계획을 짜면서 움직이는 편은 아니다. 즉흥적인 것을 좋아한다. 연기도 그렇다. 하지만 무명시절 수모도 당하고 욕도 많이 먹어 독기를 품었던 것 같다. <꽃남>이 잘 돼 처음 밴 차량 자리에 앉을 때 기분이 생각난다. ‘인기를 얻으니 사람이 달라진다’ ‘관리를 못 한다’는 이야기는 듣기 싫다. 내 사전에 중간은 없다. 하면 끝까지 간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김탄 역 배우 이민호. 사진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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