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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거센 폐지운동 왜?

“왕따, 절도 조장 방송인 케이블 채널 tvN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힘을 모아 폐지시킵시다!”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의 누리꾼 토론 게시판인 아고라를 중심으로 tvN의 <더 지니어스>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시작된 프로그램 폐지 청원 서명에 참가한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섰다.

<더 지니어스>는 프로그램 이름인 ‘지니어스’에서 알 수 있듯 복잡한 룰을 바탕으로 고도의 두뇌게임을 펼치는 콘셉트이다. 다른 출연자와의 연합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규칙을 정해 수시로 출연자 간 합종연횡과 중상모략이 난무하면서 상황은 예측 불가능한 쪽으로 전개된다.

거짓말과 배신이 허용되는 게임을 다룬 프로그램은 <더 지니어스> 이전에도 있었다. MBC <무한도전>은 지난해 9월21일 진짜 돈이 든 가방을 쟁취하기 위한 출연자들의 경쟁을 다룬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2-100빡빡이의 습격’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는 유재석과 길의 가방을 몰래 훔친 뒤 가짜 가방 6개를 구해 교란작전을 펼치며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앞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지난해 5월 아예 배신자 캐릭터를 앞세워 특집을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배신이라는 콘셉트는 허용했지만 어디까지나 전체 프로그램 속에서 시청자들의 웃음과 즐거운 반전을 위한 자그마한 소재로 작용했다. 배신은 하지만 배신만을 위한 배신이 아닌 전체 프로그램의 지향성을 훼손하지 않는 요소였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는 소재가 아닌 프로그램 자체가 배신과 중상모략이 큰 줄거리를 형성한다는 것이 이전의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특히 지난 11일 방송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서울대 출신 해커 이두희는 게임에 필요한 신분증을 가수 은지원과 아나운서 조유영에게 도난당해 탈락했다. 탈락 면제권으로 알고 가수 이상민으로부터 받은 ‘불멸의 징표’마저 가짜임을 안 이두희는 허탈해했다. 그는 자신의 신분증을 숨겼던 은지원이 사과하고 최종 탈락 여부를 결정짓는 ‘데스매치’에서 도와주겠다는 말만 믿고 게임에 임했지만 어이없이 탈락하고 만 것이다. 이두희는 이후 “내게 잘못이 있다면 사람을 너무 믿은 것”이라며 “하지만 사람을 믿은 것이 잘못은 아니지않나”라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tvN <더 지니어스: 룰브레이커> 출연자 이두희가 다른 출연자인 가수 이상민으로부터 탈락면제권으로 알고 받은 ‘불멸의 징표’가 가짜인 것을 알고 당황해하고 있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이를 시기하는 조직 구성원들로 부터 따돌림 당해 개인이 도태되고, 실력보다는 인맥으로 평가받는 사회 현실이 더욱 부각돼 거부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더 지니어스> 시즌1·2 공히 우승후보로 예상됐던 사람들이 초반에 탈락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SBS 드라마 <올인>의 실제 모델인 차민수 프로도박사는 시즌1에서 다른 출연자들로부터 우승을 위협하는 인물로 지목돼 각각 1회와 3회에 탈락자가 됐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시청자들은 은지원의 행위에 대해 사실상 절도가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더욱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제작진의 태도였다. 당초 제작진은 “독점 게임에서 이를 제재하는 별도의 룰이 없어 위반이라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위해 정종연 PD와 연락을 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뒤늦게 제작사인 CJ E&M 관계자는 “결코 의도적으로 연출된 상황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께 불편함을 드린 점은 사과한다”며 “출연진의 행위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실수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더 지니어스>의 최종 우승자에게는 거액의 상금이 주어진다”며 “배신과 거짓말로 이룬 승리가 개인의 이익과 직결되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특히 게임의 규칙만 강조할 뿐 양심, 신의 등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적 관념들을 허물어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현실을 잊고 웃기 위해서다”라며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능력보다는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서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사회의 부조리를 환기시켜 불편함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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