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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는 왜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을 줄였나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외압 의혹을 계기로 복합상영관의 독과점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6일 개봉되는 <또 하나의 약속>은 예매점유율 6.8%(5일 기준)로 전체 3위, 같은 날 개봉되는 영화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3대 복합상영관에서 확보한 상영관은 70여개에 불과하다. 롯데그룹 계열의 복합상영관 롯데시네마와 CJ계열의 CGV는 개봉 이틀전에야 각각 7개관, 45개관 개봉을 확정했다. 당초 35개관을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던 메가박스는 5일 22개관으로 줄여버렸다. 메가박스는 범 삼성가인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 자회사인 ‘제이콘텐트리’가 4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대기업과 싸우는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전날 상영관 숫자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관객들의 불만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CGV, 롯데시네마 상영관 좀 알려달라” “메가박스에 우리 동네에 있는 상영관은 왜 상영을 안하냐고 항의 메일 보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관 늘려 주세요’라는 온라인 청원도 시작됐다.

하지만 재벌들이 소유한 3대 복합상영관들은 안하무인 식으로 오히려 상영관을 줄였다. 3대 복합상영관은 국내 전체 스크린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드러나지 않게 담합한다면 사실상 관객들의 영화선택권은 차단당하고 만다. 특히 재벌기업의 속내를 드러내는 사건을 다룬 <또 하나의 약속>같은 영화에 대해서는 더욱 상영기회를 줄이는 전횡마저 일삼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는 전날 35개 상영관을 내줄것으로 알려졌던 메가박스가 22개로 축소한 데서도 드러난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비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상영관을 늘였다.

이같은 전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의혹을 다룬 <천안함 프로젝트>는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상영 을 거부당했고, 메가박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영 이틀 만에 스크린을 내렸다.

반면, 대기업 계열사가 투자배급하는 영화들은 전체 2000여개의 스크린 중 절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수상한 그녀>는 1022개 스크린(2월1일)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피끓는 청춘>은 677개(1월25일) 스크린에서 각각 상영됐다. 동국대 영상영화학과 정재형 교수는 “복합상영관이 관객의 선택권과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공정거래법으로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대 복합상영관 3곳이 전체 9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비밀스런 외압이 발생하기 좋은 토양”이라며 “극장 독과점 뿐 아니라 관련 회사가 투자와 배급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이며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결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라마운트 판결은 1948년 미국 대법원이 대형 스튜디오의 극장 소유에 대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이를 금지하고 소유 극장을 매각하도록 명령한 판결이다. 박 교수는 “법원의 명령으로 기업을 분할하도록 하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영여부는 극장 측의 개별판단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적절한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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