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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겨울왕국’ 작곡가 인터뷰 "렛잇고 열풍은 자유를 향한 열망"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영화만큼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인기도 뜨겁다. OST 음반 타이틀곡인 ‘렛 잇 고(Let It Go)’는 음악사이트 통합차트 ‘가온차트’에서 디지털 종합순위 1위(2월 첫째주)에 올랐다. 지난해 가온차트 주간 톱 10에 올랐던 520곡 중 외국어로 된 노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보면 인기가 체감된다. 열기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 OST로는 <포카혼타스>(1995) 이후 19년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라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겨울왕국> OST의 작곡가 로버트 로페즈·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부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로버트 로페즈는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에서는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으로 이야기가 단절되거나 노래에서 진실성을 느낄수 없다면 훌륭한 노래라도 지루한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겨울왕국> OST에 수록된 8개의 가창곡 중 가장 먼저 작곡한 노래가 바로 ‘렛 잇 고’다. 크리스틴은 “평생 감춰온 비밀이 한 순간에, 그것도 최악의 방법으로 드러나 버린다면 어떤 기분일까에 초점을 두고 작곡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슬프게 시작하다가, 엘사가 자유로워지면서 기쁨과 흥분으로 분위기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엘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렛 잇 고’를 부른 뮤지컬 배우 이디나 멘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로버트는 “이디나 멘젤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이디나가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정말 압도적입니다. 노래를 직관적으로 느끼고 곧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죠. 이디나의 노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워풀하고, 신비롭습니다.”(로버트)

‘렛 잇 고’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곡이 ‘두 유 원트 투 빌드 어 스노우맨(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이다. 어린 안나가 엘사의 관심을 유도하다 실패하는 내용이라 음악과 가사를 아주 순수하고 아이 같은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올해 여덟살인 이들의 큰 딸 케이티가 어린 안나의 목소리를 맡아 노래를 부른다. “실제 어린 소녀가 노래하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크리스틴은 “자주 쉬게하고, 쉬는 시간 마다 쿠키를 주며 칭찬하는 등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고 회상했다. 네살배기 둘째딸 애니도 ‘픽서 어퍼(Fixer Upper)’에서 아기 트롤 목소리를 맡아 참여한데 대해 크리스틴은 “애니도 쿠키를 먹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곡으로는 트롤들의 노래인 ‘픽서 어퍼’를 꼽았다.

“절정으로 가기 전에 이야기 주제와 연결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필요했어요. 이 곡이 바로 ‘픽서 어퍼’인데 쓸 때마다, 이야기와 결론이 자꾸 바뀌어 작업을 계속 수정해야 했죠. 이 부분을 위해서 3곡 이상의 곡을 썼습니다”(로버트)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왼쪽)와 로버트 로페즈 부부.

전 세계를 휩쓴 ‘렛 잇 고’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로버트는 “진작 비결을 알았다면, 지금 이 순간도 쉬지 않고 더 많은 히트 곡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엘사는 여왕이지만 세상을 얼리는 능력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소수자)”라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아웃사이더가 되는 느낌을 잘 알기 때문에 ‘렛 잇 고’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틴은 노래가 느끼게 해주는 ‘자유’라고 답했다.

“모든 사람들은 타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힘은 자신의 모든 면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이 가진 독특한 목소리로 세상과 공유할 때 나올 수 있죠. 가수들이 ‘렛 잇 고’를 부를 때 그런 자유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절정 부분에서 ‘렛 잇 고’라고 외칠 때 확실히 느낄 수 있죠.”(크리스틴)

몇 년 전 뮤지컬 페스티벌 참가차 서울을 찾은 적이 있다는 두 사람은 “그 때 즐거운 시간을 보낸 덕분에 한국에서 OST가 성공을 거둔지도 모르겠다”며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고 또 가고 싶다”는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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