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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평창올림픽 참가? 아직 정해진게 없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사상 첫 두 차례 3관왕, 쇼트트랙 4개 전 종목 금메달, 역대 통산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 역대 통산 쇼트트랙 최다 메달 타이.

‘돌아온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빅토르 안)가 러시아 국가대표로 귀화해 소치올림픽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역사를 새로 썼다.

안현수는 지난 22일 500m와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2개를 보태며 1000m 우승을 포함해 금메달 3개를 챙겼고 1500m에서도 동메달을 차지해 4개 종목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또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1000m·1500m·5000m 계주)이었던 안현수는 소치올림픽 선전을 앞세워 올림픽 쇼트트랙 통산 금메달 수 1위(6개), 메달 수 공동 1위(8개)가 됐다.

안현수 |출처 연합뉴스

서른이 다 된 나이에다 국적까지 바꾸면서 8년 만에 다시 밟은 올림픽 무대. 돌아온 쇼트트랙 황제는 건재한 것을 넘어 과거와 다름없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적잖은 나이와 네 차례나 수술을 받은 무릎 후유증으로 인해 주 종목만 단거리 쪽으로 바뀌었을 뿐 세계 정상급 실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주 종목인 500m에서는 최하위로 출발하고도 금메달을 따냈고 1000m에서는 시종일관 선두를 지키며 우승했다.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3위에서 2위로, 2위에서 1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주인공이 됐다. 순간적인 추월,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견제,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 등 어느 한 부분에서도 부족한 게 없었다.

안현수는 경기 후 “당초 목표는 4개 종목 모두 결승 진출이었다”며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소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과 함께 인터뷰를 열고 소치올림픽 기간 내내 한국을 크게 뒤흔든 ‘안현수 귀화 논란’에 대한 전모도 밝혔다. 국내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안현수가 한국 대표팀에서 탈락하고 러시아로 귀화한 게 파벌 싸움에서 밀린 불가피한 선택이었느냐는 점이다.

안현수는 이를 부인했다. 안현수는 “내가 좋아하는 쇼트트랙을 계속하고 싶어서 러시아로 온 것”이라면서 “파벌 싸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귀화를 결심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안현수는 이어 “아버지가 나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말을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내가 하지 않은 말이 부풀려지면서 아버지와 의견충돌이 있었고 나도 손해를 보는 게 있어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그동안 국내 언론과의 수차례 인터뷰에서 아들의 귀화가 파벌 싸움에서 밀린 결과였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안현수는 올림픽 기간 중 아버지에게 “한국연맹에 대해서는 이야기 안 해도 될 것 같다”면서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 귀화 제의를 누가 먼저 했느냐에 대한 전후 관계도 밝혀졌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2011년 4월 안현수의 삼촌으로부터 안현수가 러시아에 와서 훈련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수락했다”면서 “안현수가 러시아에 왔을 때 귀화할 의사가 없었다는 말은 잘못됐다. 훈련하러 오는 게 아니라 러시아 대표를 하기 위해 오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기원씨가 러시아로부터 귀화 제의를 받고 수락했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 얘기다.

안현수는 “전후 사실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는 국내 언론의 요청에 “러시아 출발 전부터 귀화를 해야겠다는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러시아에 온 뒤 대화를 하면서 결정됐고, 내가 미흡했던 부분도 많았다”고만 말했다.

안현수는 자신을 믿어준 러시아에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안현수는 “2010년 12월 성남시청이 해체된 뒤 내가 부상을 당한 상태라서 나를 원하는 국내 팀이 거의 없었다”면서 “그런데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고, 러시아행은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내 결정에 후회하지 않으며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러시아에 고맙다”고 덧붙였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안현수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받을 혜택에 대해 “앞으로 더 좋은 차와 집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현수는 올림픽 기간 중 애인으로 밝혀진 우나리씨에 대해 “결혼식만 안 올렸을 뿐 우리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라며 “내가 좋은 성적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피해를 덜 보게 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후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로 2018년 평창올림픽 출전 여부를 묻는 러시아 언론의 질문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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