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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앨범으로 돌아온 이상은 “담다디는 넘어야 할 짐이었다”

속물적인 시선에서 보면 좀체 이해하기 힘든 구석은 있다. 어쨌거나 그는 많은 것을 스스로 내려놓았던 ‘드문’ 인물이다.

가수 이상은(44). 1988년 MBC <강변가요제> ‘담다디’를 불러 톱스타가 됐던 그는 세칭 ‘부귀영화’를 버리고 1990년 훌쩍 일본으로, 다시 1991년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1995년 귀국한 그는 이후 자작곡과 소소한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삶을 살아왔다. 누군가는 그런 그에게 ‘보헤미안 가수’라고, 또 누구는 ‘집시’ 혹은 ‘인디 가수’라고 부르곤 했다.

지난달 26일 만난 이상은은 그동안 만든 정규 15집 <루루>를 내밀었다. 그가 새 앨범을 발표한 것은 2010년 이후 꼭 4년만이다.

정규 15집 앨범 ‘루루(LULU)’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상은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홈레코딩 방식’(전문 스튜디오가 아니라 집에서 컴퓨터와 간단한 음악 장비로 앨범을 제작하는 것)으로 만든 것이 가장 큰 변화에요. 컴퓨터와 마이크, 신디사이저 정도를 활용해 사운드를 빚어냈죠.”

이상은은 10년째 지내온 홍익대 인근 자신의 연립주택에서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 혹시 바깥 소리가 들어올까봐 담요로 창문 곳곳을 막아놓고 녹음했지만 냉장고 소리나 시계 초침 등 생활 소음까지 아주 없앨 수는 없었다.

“작곡과 노래만 하기에는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오래 음악 하려면 직접 사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도 있었고요. 컴퓨터 가상악기 등은 기계적인 느낌 뿐일 거라 주저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감성, 서정성 등을 충분히 담아낼 만 하더군요.”

수록된 9개의 노래는 대개 일상의 영역이다. 노래 속 화자는 자신과 주위를 위로하거나, 지난 세월을 반추한다. 1번 곡 ‘태양은 가득히’는 이상은이 자신에게 불러주는 응원가 같다. 노랫말이 ‘자신만의 길이라면/ 작은 길도 행복할 거예요’하며 흘러간다. ‘들꽃’도 ‘나는야 들꽃/ 화려한 거리 조명속 꽃은 아니지만 나는야 들꽃 난 살아 있잖아’하고 이어진다.

‘캔디캔디’ ‘기차여행’ ‘1985’ ‘무지개’ 등 다른 곡은 “나를 늘 지지해주는 아버지가 ‘추억’에 대한 노래를 담아보라며 아이디어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정규 15집 앨범 ‘루루(LULU)’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상은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차분한 목소리는 소박하면서도 풍요롭다. 그는 “윗층에 어르신이 살아 노래 녹음도 조용조용하게 했다”면서 “내가 머물러온 생활 공간에서 녹음하다 보니 전보다 더 편안한 창법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상은은 ‘떠남’이 잦았던 가수였다. 톱가수 시절 훌쩍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도 모자라,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도 유럽이나 미국 등 각지를 떠돌았다. 이 여행은 <런던 보이스> <뉴욕에서> <삶은 여행 인 베를린>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등 여러 권의 에세이로 남기도 했다.

“보헤미안이요? 그저 놀리려고 붙여준 별명이겠죠. 음악이 꼭 음악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트렌드도 익혀야하고, 이질적인 것도 흡수해야하고요. 음악하는 제 마음 속에는 일종의 몽당연필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걸 수시로 깎아 주지 않으면 영 뭉툭한 음악이 나오게 됩니다.”

올해로 가수가 된 지 26년. 호리호리한 외양이며, 특유의 선한 얼굴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다. ‘담다디’ 그 때로 돌아간다면이란 물음에 이상은은 “똑같이 떠났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김연아씨도 최근 은퇴를 선언하고 또 다른 자아를 찾아간다 하지 않았나”라며 “내 화려한 아이돌의 시절은 1990년 그때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담다디’가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반대로 담다디는 넘어서야 할 많은 짐과 고민을 동시에 부여했다”며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반짝 가수로 끝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일상처럼, 취미처럼, 그렇게 오래토록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힘들긴해도 이렇게 계속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음악은 제 천직이 아닌가 싶네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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