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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안영명-윤규진 “이제 만원의 행복 아니까요”

‘만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연예인들이 일주일 동안 1만원을 갖고 절약하며 사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썼던 ‘돈 만원’의 가치를 다시 생각했었다.

한화 투수 안영명(30)과 윤규진(30)은 다시 잡은 야구공을 ‘만원의 행복’에 비유했다. 군 복무로 2년 넘게 떠나있던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된 지금의 설렘과 행복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고 했다.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훈련 중이던 지난 3일, 잠시 시간을 내 함께 자리한 둘은 “3년 만에 돌아와 스프링캠프에 서보니 고참이다. 전보다 책임감이 더 느껴진다”며 “빨리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에 갈수록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를 앞둔 한화 투수 윤규진과 안영명이 인터뷰하며 올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오키나와|김은진기자

2003년 신인으로 나란히 한화에 입단한 두 동기생은 지난 2011년 시즌을 마치고 또 나란히 군에 갔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2년 동안 마운드를 떠나있던 둘은 복귀를 앞둔 지난해에는 대전에서 또 함께 운동하며 준비했다. 둘이 떠나있던 2년 동안 한화는 연속 꼴찌를 했다.

안영명은 “책임감이 커졌다는 점을 느낀다. 전에는 초반에 좋지 않으면 ‘올해는 쉬어가는 해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며 “집중하지 않고 쉽게 던질 경기는 절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된다는 말처럼 야구를 쉬는 동안 자존감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면서 “아프지도 않고 실력도 그대로인데 경기에 못 나가니까 TV로 경기라도 보면 ‘나는 지금 뭐하나’ 생각이 들었고 2년이 굉장히 길었다”고 말했다.

윤규진 역시 “지난 2년 동안 정말 공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전에는 매년 똑같이 전지훈련 가고, 원정 가고, 같은 팀들과 경기하고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반복되는 생활에 나태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스프링캠프 나와있는 자체가 정말 행복하고 좋다”고 전했다. 이어 “(안)영명이와 그 얘기 많이 했다.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어릴 때는 한 경기 정도는 소홀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솔직히 있었는데 둘이 공익근무하면서 절실함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절실함을 갖고 돌아온 둘은 올해 한화 마운드가 기대하는 ‘보강 전력’의 핵심이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 모두 확실히 자리잡지 못한 채 어렵게 시즌을 치렀던 한화는 올해 안영명을 선발로, 윤규진은 중간 계투로 캠프에서 보직 경쟁시키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아 시범경기를 거쳐야 하지만 안영명은 5선발로, 윤규진은 필승계투조로 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영명은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같이 선발 경쟁하는 투수들이 전부 후배다. 후배들과 경쟁해 꼭 내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선발 보직을 받는 투수는 10승 이상 하겠다고 하는 게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선발 자리를 차지하고 그에 걸맞은 승수를 올리는 것이 올해 내 목표다. 그러려면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지켜야 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윤규진은 “돌아와보니 선배가 됐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더라도 일단 우리가 실력도 성적도 좋게 만들고 나서 해야 돼 책임감이 크다. 섣부른 목표는 잡지 않겠다. 다치지 않고 1년 동안 풀타임을 잘 뛰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하다보면 당연히 성적도 따라올 것이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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