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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 “팔랑귀 허당오빠, 나는 심각한데 재밌나봐”

1990년대에 10대를 보낸 남성이라면 노래방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를 흉내내며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여성이라면 그의 브로마이드 사진을 한번쯤은 벽에 붙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시절 배우 겸 가수 김민종(42)은 10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그가 푸근하고 만만한 동네 형으로 돌아왔다. 만만하다 못해 사사건건 동생들에게 들볶이고 당하기 일쑤다. 위로 험상궂은 형 하나에 아래로 장난스럽고 여우같은 동생 셋에 치이는 어리보기지만 애틋하고 귀여운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정을 이입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는 나이먹은 과거의 청춘 스타를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으로 현재에 안착시켜 놓았다. 그전까지는 예능프로그램에 한번도 출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기 힘들 정도로 그는 마춤하게 프로그램속에 녹아 들어 분위기를 띄운다.

잘 웃길 줄도 모르고 진지한 이미지의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캐스팅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한 토크쇼에 출연해 “내가 귀가 얇아 사기를 많이 당했다”고 털어놨던 그의 고백을 제작 관계자의 예민한 ‘촉’이 덥석 물었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MBC 예능 프로그램 〈사남일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민종이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엔터테인먼트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가 원래 팔랑귀예요. 그런데 승부욕도 세다보니 표정관리가 잘 안되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예능에 잘 어울리나봐요. 나는 심각한데 보는 사람은 재미있어서 그런 것도 같고.”

‘팔랑귀’임이 만천하에 공개됐던 에피소드가 ‘강문어’사건이다. 강원 인제에서 방송촬영을 하던 당시 출연자들이 모두 작당해 소양호에 문어가 산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실제로 준비해 놓은 문어를 낚시대에 매달아 그로 하여금 낚게 했다. 강에 문어가 산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좀처럼 속지 않을 상식인데 그는 어린아이처럼 상기된 얼굴로 문어를 잡았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줘 큰 웃음을 안겼다.

<사남일녀>는 그를 비롯한 연예인 출연자들이 시골의 노부부를 찾아가 아빠, 엄마라고 부르면서 3박4일간 가족으로 지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의 노모는 올해 일흔 아홉. 실제 집에서 엄마를 ‘할망구’로 부르기도 한다는 그에게 이 프로그램은 웃고 떠들며 즐겁게 지내다가도 늘 찡한 울림을 준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그전에 평범하게 지내던 분들이 저희들이 왔다 간 뒤에 얼마나 외로우실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요. 지금까지 세 군데 마을에서 부모님이 생겼는데 이별이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돌아가며 전화도 자주 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나중엔 다 한곳에 모셔와서 다시 뵙고 싶어요.”

얼마전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그가 톱스타였던 시절의 일부를 비춰줬다. 덕분에 그는 당시 손지창과 결성해 활동하던 ‘더 블루’라는 이름으로 수년만에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손지창은 몸이 많이 불었고 김민종 역시 한 곡 부르고 나니 숨이 차 헉헉댔지만 관객들의 호응은 열광적이었다.

“시간여행을 했다고 할까, 오랜만에 큰 행복감을 느꼈죠. 음악이 주는 추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것 같아요. 당시에는 남자 팬을 제가 담당했고, 지창이형은 여자 팬 담당이었어요. 바쁠 때는 스케줄이 하루에 10개도 넘었던 것 같아요. 잘 나갔죠.(웃음)”

지금으로 따진다면 배우 김수현과 김우빈이 듀엣을 이뤘다고 가정해도 될만큼 이들의 인기는 엄청났다. 윤석호PD 연출작 <느낌>을 촬영하던 1994년 여름 서해안으로 촬영을 가면 인근 지방자치단체에서 헬기를 보내 행사 섭외를 시도할 정도였다. 강산이 두번 바뀌는 시간이 흘러 다시 찾아온 전성기에 대해 그

는 “복고 분위기에 편승해 가수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 지난해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삼총사> 등에 출연했던 그에게 차기작에 대해 묻자 “내 열정을 끓어오르게 할 배역을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대 시절엔 피가 뜨거웠죠. 연출자와 소주 한잔 나누다가 덜컥 출연을 결정한 작품도 있었으니까요. 요즘은 부쩍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돼요. 아마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공개 연애를 선언할거예요. 아무데도 못 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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