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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평창올림픽때까지 결혼생각 잊었다”

이승훈(26·대한항공)은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이 돼 가는데 요즘도 오전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알람 소리를 듣고 잠을 깬다”면서 “스케줄이 많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0m와 1만m에 출전하고 후배 주형준(23)·김철민(22)과 함께 팀추월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빙속 장거리 스타’ 이승훈은 큰 대회를 마쳤는데도 여전히 바쁜 모양이었다.

12일 서울시내 호텔에서 만난 그는 “알람 꺼놓고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푹 자봤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정이 가득한 스마트폰 달력을 보여주며 “4월 초까지는 계속 이렇다”고 했다.

그래도 시즌 중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시즌 중 이승훈은 오전 4시50분에 일어나서 오전 5시20분부터 시작되는 아침 훈련에 나섰다. 일곱 살 때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뒤 꼬박 20년 동안 그랬다.

그래서 요즘 다소 바쁘긴 해도 ‘비시즌의 여유’를 마음껏 누려보려고 한다. 빡빡한 훈련에서 벗어나 운동선수가 아닌 것처럼 ‘먹고, 쉬고, 놀기’다.

“치맥(치킨+맥주)에 떡볶이, 대창, 막창 등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었어요. 라면도 끓여 먹고요. 지금은 선수촌이 아니라 집에 있어 집밥을 많이 먹는데,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김치찜에 밥 한 그릇 먹을 때가 가장 좋아요.”

이승훈이 숙면 다음으로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다. 이승훈에게 여행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이승훈은 여행을 위해 일부러 4월 초 일정을 비워놨다고 했다.

“친구들과 가도 좋고, 가족여행을 해도 좋지요. 2년 전에 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해 강원도까지 돌아보고 왔어요. 산과 바다 중에서 굳이 꼽자면 바다를 더 좋아해요. 탁 트인 느낌 때문이지요. 피곤하게 여행 일정을 잡지는 않아요. 여행은 쉬러 가는 거니까요.”

이승훈의 3월 일정. 점이 찍혀 있는 날은 전부 일정이 잡혀 있는 날이다.

이승훈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신사’라고 부른다. 부드럽고 차분한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승훈은 ‘신사’라는 말에 웃음부터 터뜨렸다.

“진짜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하긴 저와 가족 모두 조용한 편이지요. 하지만 저도 친구들과 만났을 때 수다도 떨고 그래요. 유머는 그리 잘하지 못하긴 해도요.”

일상생활 얘기를 나눌 때 이승훈은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그런데 스피드스케이팅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선수 모드’가 됐다. 이승훈은 자신이 장거리 선수라는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는 정말 대단한 거예요. 하지만 크게 부럽지는 않아요. 저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고, 장거리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아시아에서는 제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에서 저 말고 장거리에서 상위권에 드는 선수가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전 제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자부심을 느껴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이승훈은 ‘결혼의 압박’을 의식할 만한 20대 중반이 됐다. 이승훈은 “주위 어른들이 ‘결혼은 언제 하냐’고 자주 묻는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승훈의 입장은 확고하다.

“일단 4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부모님께 ‘결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야 결혼 재촉을 덜 하실 것 같아서요.”

이승훈은 평창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른 선수들처럼 그에게도 은퇴 후의 꿈이 있다. 그런데 지도자는 아니다.

“저는 공부를 좀 더 해서 강단에 서고 싶어요.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에게 얘기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원하는 공부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해야 할 것 같은데, 2년쯤 혼자 외국에서 살다 오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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