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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김정훈 감독과 배우 변요한 “영화는 정서를 만드는 게 중요”

다음달 3일 개봉하는 <들개>는 억눌린 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초상화 같은 영화다. 사제폭탄이란 소재를 통해 분출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그리고 있다.

정구(변요한)는 화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경영대학원 연구실에서 일한다. 고교 시절 폭압적인 교사의 행동에 분노해 사제폭탄으로 교사를 다치게 했고, 이 일로 화학 분야에서 일하기 힘들어졌다.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고 싶어 조교 생활 틈틈이 취업을 준비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담당 교수가 무리한 요구와 비상식적 언사로 정구를 자극하자 사제폭탄을 만든다.

영화는 사회에 순응한 듯 보이지만 속으론 분노에 휩싸여있는 젊은 세대의 갑갑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 폭탄을 만들지만 스스로 터뜨리지 못하고 타인에게 보내는 설정으로 세태를 은유한다.

영화 <들개>의 김정훈 감독(왼쪽)과 주연배우 변요한

지난 2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김정훈 감독과 배우 변요한을 만났다.

김 감독(32)은 서울대 경영학과에 다니다 영화에 매료돼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신인감독임에도 102분간 배짱있게 극을 끌어간다. KAFA의 현물지원과 65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이 작품은 제26회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의 미래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는 “대부분의 20~30대가 세상이 잘못됐다 불평하지만 표출할 수 있는 장은 만들지 못한다”며 “표출의 대상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이 상황과 사제폭탄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정구는 “무엇을 하는 것보다 안 걸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걸리는 게 두려워 폭탄을 터뜨리지 못한다. 사회에 불만을 가진 대학생 효민(박정민)이 대신 폭탄을 터뜨린다. 쾌감을 느낀 효민은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고, 표면적으로는 사회에 순응하려는 정구와 대립한다.

정구를 연기한 변요한(28)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수십 편의 독립영화에서 연기력을 다져왔다. <토요근무>(2011), <목격자의 밤>(2012)에 출연했고, 지난해 <감시자들>로 얼굴을 알렸다. 실제 정구와 비슷한 또래인 그는 “사회부적응자인 정구가 폭탄을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면서 “개인일 때와 사회인일 때의 모습이 완벽히 다른, 양면성의 인물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착실한 학생인 정구 주변엔 올바른 스승이 없다. 고등학교 교사는 정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싸가지 없는 놈”이라며 체벌한다. 교수는 기업체의 구미에 맞게 연구 결과를 조작한다. 조교를 자신의 심부름꾼처럼 부리고, 인격 모독도 서슴치 않는다.

김 감독은 “나 역시 권위로 찍어누르기만 하고 합리적 대화가 안되는 교사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관객이 가짜라고 느끼는 순간 영화의 수명은 끝난다”는 그는 대학원생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제목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49년작 <들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영화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감흥이나 정서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관객의 감흥이 영화에 담긴 세계관과 맞아 떨어졌을 때 파괴력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 문장의 주제로 딱 떨어지는 영화보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작품이 더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변요한도 김 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상사 눈치보느라, 연기하는 친구들은 주변의 시선에 신경쓰느라 억눌려 있어요. 결혼한 친구들은 남편 역할에 대한 부담감에, 미혼인 친구들은 나름의 초조함에 시달리죠. 누구나 분출하지 못한 뭔가를 가지고 살고 있어요.”

이들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영화에서 얻는 것이 다를 것”이라며 “<들개>로 각자의 답답함을 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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