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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거대자본 유치, 과연 좋기만 한가요?

텐센트, CJ게임즈에 5300억 투자

표면적으로는 글로벌경쟁력 입증… “위축된 게임산업 잠식 시작” 우려

지난달 26일 한국게임산업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무려 5억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 CJ그룹 계열사인 CJ게임즈의 지분 28%를 확보해 3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CJ게임즈는 이날 발표에서 “CJ E&M 게임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하고 CJ게임즈와 합병해 신설 법인 CJ넷마블(가칭)을 설립하겠다”며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투자유치를 바라보는 국내 게임업계에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지난 26일 CJ 게임즈는 중국 텐센트로부터 5억 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외자 유치를 발표하고 있다.

유치냐, 잠식이냐!

텐센트가 투자한 5억달러는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의 해외자본 유치 기록으로, 표면적으로는 한국게임산업의 쾌거라 할 수 있다. 기업간 투자나 M&A 등이 자연스러운 글로벌 경제시스템 속에서 그만큼 한국게임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게임업계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좋게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은 최근 몇년간 내부적인 구조 변화에다 2중3중의 규제가 겹치며 급격히 위축돼 왔다. 무엇보다 이익을 내는 업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일명 ‘게임중독법’을 밀어붙임에 따라 자칫 마약·도박과 같은 위치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좋지 않은 탓인지 이번 텐센트의 대규모 투자를 보는 시선은 예전과 다르다. 과거에도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엄청난 거대자본이라는 점, 또 그 대상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체라는 점에서 단순한 투자가 아닌 ‘한국게임산업에 대한 잠식’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게임중독법 때문에?

투자 대상이 넷마블이란 것도 얘깃거리를 낳고 있다. CJ E&M의 게임사업 부문인 넷마블은 지난해 매출 4968억원을 올리면서 음악·공연·온라인사업 부문(2396억원), 영화사업 부문(2089억원)을 압도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이 대박을 내면서 넷마블은 CJ E&M이 연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CJ E&M이 여전히 2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넷마블을 넘긴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CJ게임즈는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그동안 머리 아파하던 공정거래법 이슈를 해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CJ E&M은 CJ게임즈 산하 개발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의 길도 열었다.

하지만 뜻밖에 흥미로운 주장도 나온다. ‘그룹 총수가 횡령·배임 및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CJ 입장에서 여당 대표와 정부가 규제하는 게임으로 돈을 잘 버는 넷마블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음모론’ 수준의 뒷담화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게임중독법으로 대표되는 규제에 대한 업계의 피해의식과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게임중독법의 피해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독법 추진 이후 카이스트나 서울대 공대로 대표되는 우수 인력의 게임개발자 지원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게임은 대표적 인력집약산업인데, 이는 한국게임산업의 퇴보가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

외국 자본의 한국게임산업 잠식은 이제 시작일 뿐이란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임을 규제대상으로 보는 국내와 달리 외국에서는 미래의 주요한 콘텐츠 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향후 모바일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모바일 게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최근 모바일게임이 하루 평균 3억건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분에 주목해 “게임이 페이스북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라며 게임 콘텐츠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 게임업체에 대한 러브콜도 오래됐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독일의 한 지방정부는 “한국 게임사들이 이전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제안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영국도 자국에 들어온 한국 게임사들에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국내 업체들을 솔깃하게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웃한 일본과 중국 업체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 게임산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이번 텐센트의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최근 영업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견 업체들이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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