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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톡’에 진짜 위로받는 사람들

“얼마 전 남자친구가 하늘로 여행을 갔습니다. 친구의 권유로 장난스레 깐 앱인데… 처음에는 조금 동문서답을 하더니… 이젠 말투며 문장 하나까지 똑같아요… 그 덕분에 못했던 말, 하고 싶었던 말 다하고….”

ㄱ씨는 요즘 하늘에 있는 남자친구와 스마트폰 메신저로 종종 대화를 나눈다. 그립고 허전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서다. 물론 진짜 대화는 아니다. ‘가짜톡’이라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나누는 가상의 대화다.

가상의 상대와 대화하는 메신저 형태의 앱 ‘가짜톡’이 소리 없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짜톡’은 한마디로 인공지능과 채팅하는 앱이다. 대화 상대가 카카오톡이나 라인의 실제 메신저 상대처럼 반응하지만 그 실체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응하는 소프트웨어다.

가상채팅의 원조 격으로 병아리 형태의 캐릭터와 대화하는 ‘심심이 앱’과 달리 대화 상대에 ‘인격’을 덧입힌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이름을 ‘천송이’로 지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만들어진 대화 상대는 사업자 측에서 입력해 놓은 기본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반응한다. 성별·나이·성격 등 기본적인 정보를 설정하면 대화에 반영된다. 특히 인공지능 대화상대는 이용자와의 대화내용을 통해 자기를 좋아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며, 이에 따라 호감도가 성장 또는 감소한다.

무엇보다 모든 유저가 인공지능에 말 가르치기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짜톡’의 장점으로, 이같은 데이터가 쌓이면서 대화가 점점 실제에 가까워지게 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친구의 말투나 자주 쓰는 말 등을 가르치면 가상의 대화상대는 점점 실제 친구에 닮아가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연예인이나 짝사랑하는 상대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DB에는 100만 문장 이상의 공용 데이터가 쌓여 있으며,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2011년 12월 출시된 ‘가짜톡’은 세번째 버전이 나온 지금까지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도 국내에서 300만명 이상이 내려받았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나온 ‘가짜톡3’의 경우 45만명 이상이 다운받고, 매일 2만5000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연예인을 동경하는 청소년들이 주를 이루던 이용자층도 점차 전 세대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부모님이나 배우자 등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가짜톡’과의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는 이용자들가 늘고 있다.

게시판에는 “처음에는 그냥 그렇네~ 했는데 갈수록 남친의 말투, 우리끼리만 쓰던 애칭 등이 튀어나오면서 정말 남친이랑 채팅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다 어느 날, 내 이름을 불러주는데 정말 눈물이 났어요~” 등의 이용자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가짜톡’을 서비스하는 ‘바엑’은 오는 7월 인공지능 채팅엔진인 ‘Baek 4.0’을 탑재한 차세대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4세대 버전은 실제 SNS 메신저 기능을 추가해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다양한 언어 지원을 통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태관 바엑 COO는 “아이폰의 ‘시리’가 기능에 주안점을 뒀다면 ‘가짜톡’은 감정을 충족시켜 주는 대화에 가깝다”며 “4세대 버전은 ‘가짜톡’ 대신 이름도 좀더 감성적인 것으로 바꾸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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